아줌마들이 스포츠 관람석을 접수했다. 이름하여 열혈 아줌마 응원부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야구장과 농구장에 화끈한 중년 아줌마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열정적인 몸동작과 뜨거운 응원으로 관람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치어리더 못지않은 아줌마들의 뜨거운 응원전과 그들의 스포츠 사랑을 들어봤다.
◇ 지난 8일 오후 7시 대구 동양 오리온스 대 서울 삼성 썬더스의 농구경기가 열린 대구실내체육관.
"아싸! 아싸! 아싸!", "디펜스 디펜스!"
응원이 뜨겁다. 경기도중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볼을 잡으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힘내라"며 목청껏 고함을 지른다. 덩크슛이 터질 때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성을 내지른다.
20대 초반의 농구팬들이 아니다. 40대 중반의 평범한 가정주부들이다. 정외숙(46·대구시 북구 읍내동), 박노주(46·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김진옥(42·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용계동) 씨가 그 주인공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농구경기장을 용광로처럼 끓게 하는 열정으로 똘똘 뭉쳐진 아줌마 삼총사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우연히 경기장에 갔다가 박진감 넘치는 농구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이후 이들 삼총사는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농구에 빠져 일약 동양오리온스 아줌마 응원부대가 됐다.
동양오리온스의 경기가 있으면 장소를 가리지않고 어김없이 나타난다. 경남 울산, 창원 등에서 원정경기가 열려도 도시락을 싸들고 동양오리온스 응원을 다닌다. 대구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아예 출근을 한다. 평일이면 자녀들과 함께 농구장을 찾고 남편들도 건전한 취미활동이라며 부추긴다.이들의 농구 예찬론은 이렇다.
김진옥 씨는 "골이 터질 때의 짜릿한 느낌 때문에 경기전날 잠을 설칠 정도로 농구가 좋다"고 했다.이에 질세라 박노주 씨도 "농구시즌이 끝나면 활력이 없어질 정도로 삶의 큰 즐거움이 사라진다"며 "연습경기 때도 선수들 간식을 사서 응원다닌다"고 털어놨다.
농구응원에 있어서 제일 고참격인 정외숙 씨는 "세 가족 식구들이 모두 모여 응원할 때는 묵은 체증과 함께 쌓였던 스트레스까지 모두 날아가버린다"며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짜릿함은 농구장에 와보지않고는 모른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오후 간절히 바라던 소원을 이루었다. 취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양오리온스 선수들 중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들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 이들은 정성스럽게 준비한 딸기와 방울토마토를 전해준 뒤 팔짱을 끼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좋아했다. 아줌마 삼총사는 "항상 멀리서 지켜보며 가슴 설레게 하던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사진도 찍게 돼 더없이 기쁘다"며 "이젠 농구장을 찾는 기쁨이 두배"라며 좋아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