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철도시락' 점심시간만 되면 흔들~흔들~

"열심히 흔들어 드세요. 요령껏 흔들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경북대 복지관 1층 학생식당. 점심시간이면 이곳에선 사각 양철도시락을 하나씩 들고 흔들어대며 재미있어 하는 이색풍경이 벌어진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모습은 지난해 말 등장한 이색메뉴인 '추억의 도시락(2천900원)'을 먹기 위한 것. 밥 위에 계란 프라이를 얹고 분홍색 소시지 2개, 마늘쫑에 새우볶음, 특수 제조된 고추장이 전부지만 먹을수록 입맛이 당기는 추억의 별미다.

군을 제대하고 복학한 김인식(24·천문대기과학과 3년) 씨는 "1주일에 서너 번 추억의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며 "흔들어 먹는 재미는 보통 비빕밥과 다른 맛과 재미를 주는 메뉴"라고 했다. 문지훈(23·천문대기과학과3) 씨도 "점심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이 메뉴에 푹 빠졌다"고 맞장구쳤다.

이 도시락은 복고풍 유행을 타고 대학가 점심메뉴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여학생들도 흔들어 먹는 맛에 남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재밌는 점심'을 즐긴다. 취업 또는 고시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졸업생뿐 아니라 교수, 교직원들까지도 추억의 사각 도시락을 먹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이 메뉴의 가장 큰 장점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한껏 얘기꽃을 피울 수 있다는 점이다. 30~40대는 초등학교·중학교 때의 점심도시락을 옛 반찬 그대로, 옛 방식 그대로 먹다보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고 20대 재학생 역시 양철 도시락이 신기하고 먹고 싶은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3년째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김진훈(31·법학과 졸) 씨는 "하루종일 두꺼운 책과 씨름하다 이 도시락을 보면 누적된 피로가 싹 사라진다"며 "가끔 또래 친구들과 만나면 학생시절 도시락 얘기로 활짝 웃게 된다"고 좋아했다.

한편 이를 개발한 식당 운영측인 경북대 생활협동조합은 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생협 식당지회 관계자는 "우연찮게 개발한 메뉴가 이렇게 대박히트를 칠 줄 몰랐다"며 "점심시간만 되면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도시락 흔드는 소리가 흥겹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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