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삶의 고단함과 행복

TV와 신문의 숱한 광고에서, 이즈음의 기업들은 그들이 상품이 아니라 행복을 판다고 선전한다. 기업과 그들의 광고는 '당신은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가르치며, 그 행복은 반드시 '소비'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압박한다.

대다수의 인간들에게 있어 행복의 길은-적어도 그 방향성에 있어서는-단순하다. 행복에 이르기 위해 사람들은 물질적 욕망과 그의 충족에 따른 만족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욕망을 가져야 하고 그 욕망을 충족시킬 힘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족은 지극히 짧고 욕망은 항상 새롭다. 욕망의 실현은 만족을 가져다주는 반면, 짧은 만족 뒤에 오는 또 다른 욕망, 충족되지 않은 욕망은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일 것이다. 이미 삶에 대한 통찰이 있었던 그리스의 한 현인은, 원하는 것을 소유할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다.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더 큰 행복이다 고 했다.

매년 발표되는, 각국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도 조사에서 올해는 나이지리아가 1위였다. 부탄, 방글라데시 같은 빈국들이 돌아가며 1위를 차지하고 일본과 미국은 40위권 밖에서 맴돌고 있는 것을 보면, 행복이 물질적 욕망의 충족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그녀들의 잠자리가 되는 찬장이나 식탁을 치워야 하는-좁디좁은 홍콩의 주택형편상 그녀들은 침실은 물론 침대도 없다- 홍콩의 필리핀 가정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게 고단한 삶의 대가로 얻어지는 돈조차, 그녀들은 자신을 위해서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고향의 동생들 학비며 부모형제들 생활비로 송금한다고 했다. 그런 그녀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지구 위에 존재하는 인간들 중 최상위에 속한다고 했다. 예전, 우리 부모들, 누나들, 형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마도 행복은 삶의 고단함 위에 피어나는 것이리라. 내 고단함이 자식의, 혹은 형제의 삶의 터전이 되고 미래를 약속하는 씨앗이 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인 것이리라. 행복지수를 체계화한-그런 것들이 의미 있을까마는- 로스웰 등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가족과 친구, 자신에게 시간을 쏟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요한바오로 2세께서도 '천국은 실재하는 장소가 아니다. 천국은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씀하셨다. 홍콩에서 가정부 생활을 하는 그녀들, 가족과 이웃을 위해 고단함을 마다 않는 아버지들은, 어머니들은 천국에 있는 것이다.

백운하 (주)크레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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