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개바람
김기연
보세요
키 낮은 이월 가고
자목련 불끈 쥔 봉오리
수상쩍은 봄날
꿈틀거리며 치솟아 오르는
바람의 발기 좀 보세요
당당하게, 하늘 깊이 일 저지르고 말
저 탕자의 거동을
……
슬며시 따라 나서는
내 마음을
봄의 생명력은 솟구침이다. 꿈틀거림이고 치솟음이다. 지금 지상은 마구 꿈틀거리며 발기하고 있다. 넘쳐나는 생명력이 마침내 우주를 무두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부활이 아니다. 창조인 것이다. 창조는 먼저 지상의 한 구석에서 시작된다. '자목련 불끈 쥔 봉오리'에서 발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발기가 온 지상을 뒤덮고 이제는 하늘로 향한다. 돌개바람이 그것이다. 돌개바람은 다름 아닌 '바람의 발기'인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바람조차 발기한다. 하늘로 향하는 '바람의 발기'는 마침내 '하늘 깊이 일 저지르고 말' 것이다.
이 봄날의 자연은 태초의 천지창조 신화를 재현하는 듯하다. 이런 봄날, 탕자의 마음으로 나서는 것은 자연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신(神)을 닮고자하는 마음일 것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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