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 안 듣는 아이, 무엇이 문제일까?

"싫어!" "안해!"

요즘 들어 부쩍 미운 짓이 늘어난 우리 아이. 또 잔소리를 해야 하나, 매를 들어야 하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아이가 말을 안 들어 힘들다는 부모들은 의외로 많다.

(사)한국발달상담연구소 김정희 소장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학습 성취도와 연결돼서 나타날 때라야 비로소 문제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며 "'왜 저럴까' 보다 '무엇을 위해 저럴까'라는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가 심하게 말을 듣지 않을 경우에는 '적대적 반항장애'나 'ADHD 증후군' 등 발달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철이(11.가명)는 커 가면서 행동이 늦고 방과 후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문제로 엄마와 갈등을 겪다 상담소를 찾게 됐다. 엄마 눈에는 공부도 따라가지 못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는 아들이 못마땅했던 것. 상담교사는 아이에게 가족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자신을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그린 반면 엄마는 누워서 지시하는 모습으로 그렸다. 아빠는 아예 그리지도 않았다.

상담결과 철이는 학업에서 월등히 뛰어난 누나를 보면서 미리 의욕을 잃어버렸던 것. 겉으로는 말 안듣고 짜증 잘내는 아이였지만 정작 철이에게는 잃어버린 자존심을 찾아주는 일이 더 중요했다.

김 소장은 "아이만 바뀌면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라며 "아이가 문제아동이라고 생각된다면 스스로 문제 있는 부모가 아닌가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멀쩡한 아이를 가족간 갈등으로 인해 문제아로 몰고 있지는 않은지도 봐야 한다.

발달 및 정서장애는 차원이 다르다.

대표적인 증상이 'ADHD 증후군'이나 '적대적 반항장애'. ADHD 증후군은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에 나타나는데 주의력이 떨어지고 행동이 너무 부산해 학교생활이나 공부 등 정상적인 생활이 안되는 상태다. 유치원 교사로부터 '통제가 안 되는 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나 부모 생각에 유별나게 부산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경우 이를 의심해 봐야 한다.

적대적 반항장애를 겪는 아이들은 훨씬 공격적이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툭 하면 대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짝궁을 집적거려 울리거나 잘 놀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훼방을 놓는다. 아침에 일어날 때 심하게 짜증을 부리거나 세수시키고 옷 갈아입히는 것도 여간 힘들지 않다.

경북대 아동가족학과 김춘경 교수는 "상담치료나 약물치료가 필요한 발달.정서장애와 단순히 말 안 듣는 아이를 가려내는 기준이 모호한 만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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