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 대리운전 업체가 1천 곳에 육박하고 있다. 자고나면 한 곳이 생기는 셈. 하지만 업체난립으로 무보험 대리 운전기사를 고용, '무대책 사고'가 끊이지 않고 과속·난폭운전 등의 시비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이용객 안전을 보장할 '법규마련'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
◆무보험 조심= 지난 1월 김모(44) 씨는 경북 경산에서 대구 수성구 파동까지 대리운전을 이용했다가 큰 화를 당했다. 파동의 편도2차로에서 비보호좌회전하던 김 씨 차와 버스가 충돌한 것. 차는 대파됐고 김 씨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차량수리비가 1천만 원이나 나왔지만 대리운전기사는 무보험이었다. 김 씨는 단 한 푼의 보상금도 받을 수 없었다.
국무조정실과 건설교통부·경찰청·금융감독원이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 국회건설교통위원회 이낙연 의원에게 최근 제출한 '대리운전 실태분석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8만3천여 명의 대리운전기사 가운데 대리운전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37%인 3만772명에 불과했다. 3명 중 2명이 보험에 들지 않고 운전대를 잡는 셈. 특히 지난해 4∼7월 대리운전의 총사고 건수는 2천146건으로 1만 km당 평균 8.5건의 사고가 발생, 택시(4.7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리운전기사가 대리운전보험에 가입했다 해도 사고가 나면 이용자도 피해를 입게된다. 사고가 났을 경우 피해보상은 이용자의 책임보험(1천만 원 한도)으로 우선 변제되고 추가 보상을 대리운전보험으로 하기 때문. 이때 이용자의 보험료가 할증된다.
◆시비조심= 지난 16일 밤 대리운전을 이용했던 회사원 최모(44) 씨는 기분을 잡쳤다. 대리운전기사가 제대로 주차를 하지 않은 채 차에서 내려 거스름돈조차 내주지 않고 달아나 버린 것.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대리운전기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회사원 이모(38) 씨는 지난 달 5일 새벽 대구 서구 본리동에서 술을 마신 뒤 난폭운전을 하는 대리운전기사에게 조심운전을 부탁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이 씨의 말에 화가난 대리운전사기가 차를 교차로 한 복판에 세워둔 채 사라져버린 것.
이 씨는 차를 몰아 도로 갓길에 차를 세웠고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했다. 결국 이 씨는 면허가 취소됐다. 경찰 관계자는 "차에서 내린 대리운전사기가 몰래 지켜보다 김 씨가 운전대를 잡는 순간 경찰에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구시내 각 경찰서에는 이 같은 대리운전기사와 이용객 간의 시비가 매일 1, 2건씩 접수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에서 활동하는 대리운전기사 가운데 34.2%가 이용객과 요금 시비를 벌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리운전기사 10명 가운데 1명(12.4%)꼴로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고 나면 1곳= 이낙연 의원의 자료를 보면 올 2월 현재 대구·경북에서 영업중인 대리운전업체는 923곳(대구 650곳, 경북 273곳). 대리운전기사 숫자는 7천400여 명(대구 5천400여 명, 경북 2천여 명)에 이른다. 업체 난립이 결국 각종 '시비'를 부르는 것.
대리운전은 자유업으로 분류, 관할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대리운전 영업소를 개설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전화기와 홍보물 등 16만 원만으로도 대리운전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또 초보운전자라도 2종 보통 면허만 있으면 대리운전이 가능하고 업체가 대리운전 보험에 가입해 있는 경우 대리운전기사는 월 보험료 5만 원과 콜 프로그램 사용료 1만5천 원만 내면 된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2003년까지만 해도 대리운전사업을 하려면 무전기와 컴퓨터, 사무실 등 300만~500만 원이 들었지만 요즘은 대리운전기사들에게 배치·복귀차량을 지원하지 않고 호출만 해주면 되기 때문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리운전에 관한 법을 제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리운전보험 의무화는 물론 사업자·운전자 자격, 요금, 약관 등 모든 사항을 규제하는 통합적 법제화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대리운전보험 의무화안이 가장 타당한 대안으로 평가받지만 이에 따른 배상책임 보험의 한도 설정과 단속의 실효성 확보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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