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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로빈 브라운 지음·최소영 옮김/ 이른아침 펴냄

옛날의 기록들은 시간이 흐르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 신빙성이 항상 도전을 받는다. 과학적으로, 혹은 실제로 검증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얘기인가? 우리나라의 삼국사기 같은 역사서는 물론이고 성서의 내용도 '얼마나 객관적이고 사실적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따르면 '마르코 폴로'하면 떠오르는 '동방견문록'은 출간됐을 당시에도 사람들의 의심을 샀다. 원래 제목으로 하면 '세계의 서술(Divisament dou Monde)'인 동방견문록이 담아낸 동방의 묘사를 믿으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르코 폴로가 직접 보고 경험했다는 이야기는 중세 서양인들의 사고를 혁명적으로 깨뜨렸기 때문이다.

신이 허락한 땅의 경계 저 너머에, 신을 믿지 않는 이교도들이 놀랄 정도로 찬란한 문화와 문명의 신세계를 건설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 이런 이유로 동방견문록은 마르코 폴로를 사후에 '백만 가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말하는 이야기꾼'이 되게 만들었다. '마르코 폴로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과장을 일삼는 사람이라는 지적이 되게 했다.

인쇄술이 미비했던 당시에 유럽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몇 개월도 지나기 전에 이탈리아 전역에 퍼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세기의 베스트셀러가 자리매김했다는 사실도 필요없었다. 그러나 저자가 살펴본 바로는 동방견문록의 이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실임이 드러나고 있다. 당시의 시대상 연구 결과가 동방견문록이 묘사한 내용과 맞아들어갔기 때문.

이런 배경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지니게 된 동방견문록을 '번역'하면서 저자는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책의 초판본이 사라지고 수많은 이형본 가운데 원본에 가까운 판본을 종합 선택해 새롭게 번역했기 때문이다. 동방견문록의 내용 자체에도 문제는 있었다.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논리적 근거가 없는 분류법으로 산만하게 진행하고 있는 터라 읽기에 쉽지 않았기 때문.

저자가 선택한 것은 1271년부터 1295년까지의 여정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좇아가는 것이었다. 출간 당시 유럽을 경악시켰던 원래의 흥미 넘치는 여행기가 더 이상 근본이 퇴색된 채 학술적 아이콘이자 역사학의 재료로만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처음 여행을 시작한 곳이라는 소아르메니아 얘기로부터 시작해 대칸 쿠빌라이의 조신이자 절친한 친구가 됐던 시절의 이야기, 칸에게 끈질기게 간청하고서야 가능해졌다는 귀국 여행 등 3부로 나눠 대장정을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해석해주고 있다.

14·15세기에 출간된 책 속에 삽입된 삽화, 마르코 폴로가 여행했던 지역 가운데 현재 그 지명이 밝혀진 지역의 현재 사진들도 같이 실렸다. '아시아에 관한 모든 논의에 종지부를 찍을 책', '직접적인 경험에 바탕을 둔 방대한 우주 구조론을 담은 책'이라는 찬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시각 자료들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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