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원주택을 찾아서] 청도군 이서면 대곡리 김정선씨 댁

차장 사이로 전원주택들이 심심찮게 눈길을 끈다. 청도군 이서면 대곡리에 들어서자 갑자기 김정선(55·여)씨가 머무는 집을 찾기가 녹록치 않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그런 기우는 얼마 가지 않았다. 벌거벗은 감나무 사이로 웅장한 통나무집이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연스레 입이 턱하니 벌어지더니 "그녀가 부럽다."라는 생각이 한참동안 떠나질 않는다. 외국 영화의 화려한 풍경 속에서나 봄직한 통나무집. 그런 곳에서 지내는 김씨가 부러운 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산들 바람과 함께 진한 나무 내음이 얼굴로 와락 스친다.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는 통나무들이 품어내는 피톤치트다.

환하게 반기는 김씨. 하지만 사실 이 통나무집은 김씨의 동생 용태(51)씨의 집이다. 원래 용태씨 가족이 살기 위해 지난 2004년 10월에 지었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김씨가 머물고 있다는 설명이다.

"작년 8월에 심장에 이상이 생기고 목에 디스크가 왔어요. 그러던 중 동생이 휴양을 할 겸 이곳에서 지내보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어릴 때부터 산장 같은 곳에서 혼자 사는 게 꿈이었어요. '얼씨구나'하고 곧바로 응했죠. 그게 벌써 지난해 2월이네요."

그녀의 하루는 딱 전원생활의 그것이다. 새벽 5시 눈을 뜨면 텔레비전에 잠시 눈이 머물렀다 오전 7시면 개를 데리고 뒷산이나 저수지를 한 바퀴 돈다. 오후는 정원에 만들어둔 밭에서 시간을 보낸다. 잡초도 뽑고 씨앗을 구해 심기도 하고. 조금 적적하기도 하련만 김씨는 손사래를 친다. "정 심심할 때는 습작을 한 번씩 해요. 이곳 생활이 너무 좋아 도시에 간혹 나가있을 때도 여기에 빨리 오고 싶어 못 참겠는걸요."

김씨는 이런 여유로운 생활로 아픈 몸도 꽤나 좋아졌다고 한다. 현관문만 열면 반대편 산을 가득 채운 감나무와 복숭아나무가 한 눈에 펼쳐지고 청명한 공기가 온 몸을 감싸니 몸이 좋아질 밖에. 넉넉한 이웃 인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웃 주민들이 공짜로 씨앗도 가져다주고 재배한 나물이나 과일도 자주 줘요. 어디 도시 인심하고 같은가요."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이 턱하니 나타난다. 이음새 하나 없이 통나무 하나를 그대로 살려 만들어놓았다. 보통의 실내 계단과 달리 폭이 꽤 넓다. 정사각형의 대형 창 아래에는 고풍스런 나무 탁자와 통 의자가 놓여있다. 전통차를 한 잔 하며 담소를 나누기엔 '딱'이다. 1층 높이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지붕이 삼각형의 형태를 띠고 있다. 통나무로 된 보들의 굴곡이 그대로 살아있다. 자연미를 살리기 위한 꼼꼼함이다.

주방 곁에는 특이한 공간이 하나 마련되어 있다. 바로 홈 사우나. 역시 통나무로 만들어져 집안 전체와 어우러진다. 김씨는 "동생이 자주 이용하라고 하는데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전기료가 감당이 안 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거든다. 주방에 딸린 문을 열자 1층 데크가 나온다. 개울이 내려다보이는 데크에는 4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는 나무 탁자가 놓여져 있다. 친척이나 손님이 찾아오면 이곳 탁자에 앉아 자주 '삼겹살 파티'를 벌인다고 한다.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봤다. 방 1개가 딸려 있지만 주로 다용도로 쓰인다. 김씨는 "친척들이 오면 여기서 윷놀이를 하거나 고스톱을 친다"라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방을 지나면 또 다시 데크가 나온다. 1층에서보다 훨씬 전망이 트인다. 저 멀리 밭을 가는 아낙네의 모습도 보인다. 신선한 바람 또한 더욱 코끝을 간질인다. 잠시 머무니 가슴까지 확 뚫리며 시름을 잊는 착각까지 든다.

통나무집 옆에는 황토로 지어진 3평 규모의 찜질방이 있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아예 이곳에서 자기도 한단다. 집 곳곳을 둘러보고 나자 여생을 기꺼이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는 김씨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s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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