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문인수 作 '고인돌 공원'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고인돌 공원

문인수

저것들은 큰 웅변이다.

시꺼먼 바윗덩어리들이 그렇게

낮은 산자락

완만한 경사 위에 무겁게 눌러 앉아 있다. 그러나

인부들은 느릿느릿 풀밭을 다듬다가 가장 널찍한

바위 그늘로 들어가 점심 먹고 쉰다. 쉬는 것이 아니라

나비 발 아래 노란 민들레

낮별 같은 꽃이 연신 피어나느라, 반짝이느라

바쁘다. 지금 아무것도 죽지 않고

죽음에 대해 허퍼 귀 기울이지도 않으니 머쓱한

어른들처럼

군데군데 입 꾹 다문 바위들.

오래 흘러 왔겠다. 어느덧

신록 위에 잘 어울린다.

고인돌은 죽음을 말하는 '큰 웅변이다.' 그 고인돌이 생기(生氣)로 넘치는 봄날, '낮은 산자락/완만한 경사 위에 무겁게 눌러 앉아 있다.' 그러나 산 자(者)들은 아무도 고인돌이 말하고 있는 '죽음'을 의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그늘로 들어가 점심'을 먹는다. 봄날의 자연은 '낮별 같은 꽃이 연신 피어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죽음의 그늘에서도 '아무것도 죽지 않'을 뿐 아니라 '죽음에 대해 허퍼 귀 기울이지도 않'는, 봄날의 자연이다. 마침내 죽음을 웅변하던 고인돌도 '입 꾹 다문 바위들'이 되어 신록과 어울린다.

자연의 눈으로 볼 때, '삶'과 '죽음'이 다른 세계가 아니다. 그냥 자연일 뿐이다.

구석본(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심재연(72·국민의힘) 영주시의원은 경북도의원 영주시 제1선거구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지역 발전 전략과 농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재명...
이란 전쟁 여파로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가 주춤하고 있지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여전히 유효하며, 올해 1분기 메...
제1215회 로또 추첨에서 1등 당첨번호 '13, 15, 19, 21, 44, 45'가 발표되었고, 1등 당첨자는 16명으로 각각 19억9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