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문인수 作 '고인돌 공원'

고인돌 공원

문인수

저것들은 큰 웅변이다.

시꺼먼 바윗덩어리들이 그렇게

낮은 산자락

완만한 경사 위에 무겁게 눌러 앉아 있다. 그러나

인부들은 느릿느릿 풀밭을 다듬다가 가장 널찍한

바위 그늘로 들어가 점심 먹고 쉰다. 쉬는 것이 아니라

나비 발 아래 노란 민들레

낮별 같은 꽃이 연신 피어나느라, 반짝이느라

바쁘다. 지금 아무것도 죽지 않고

죽음에 대해 허퍼 귀 기울이지도 않으니 머쓱한

어른들처럼

군데군데 입 꾹 다문 바위들.

오래 흘러 왔겠다. 어느덧

신록 위에 잘 어울린다.

고인돌은 죽음을 말하는 '큰 웅변이다.' 그 고인돌이 생기(生氣)로 넘치는 봄날, '낮은 산자락/완만한 경사 위에 무겁게 눌러 앉아 있다.' 그러나 산 자(者)들은 아무도 고인돌이 말하고 있는 '죽음'을 의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그늘로 들어가 점심'을 먹는다. 봄날의 자연은 '낮별 같은 꽃이 연신 피어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죽음의 그늘에서도 '아무것도 죽지 않'을 뿐 아니라 '죽음에 대해 허퍼 귀 기울이지도 않'는, 봄날의 자연이다. 마침내 죽음을 웅변하던 고인돌도 '입 꾹 다문 바위들'이 되어 신록과 어울린다.

자연의 눈으로 볼 때, '삶'과 '죽음'이 다른 세계가 아니다. 그냥 자연일 뿐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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