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잎은 바람의 솟을대문
이해리
벅찬 봄산에 누워본다
발치에서 뻗어나와
내 얼굴 어룽지우는 진달래 그늘
호젓이 만개하여 부신 눈 당기는 꽃빛이 곱다
바람이 살랑살랑 꽃잎을 흔든다
참자줏빛 진달래꽃잎은 바람의 솟을대문
햇빛의 농도에 농담(膿淡)을 달리하며
열렸다 닫히고
닫혔다 열리는 꽃잎대문으로
푸른 하늘이 들락거린다 흰구름이 들락거린다
산비둘기 울음도 들락거린다 한 잎 꽃의 두께로
오묘하게 변화하는 내 가슴 봄물결
한 없이 다가왔다 붙잡을 수 없이 가버리는
아련하고 아득한 것들 뒤에 바람이 있어
바람의 눈에도 눈물이 묻어있다
이 강산의 봄은 '진달래꽃'으로 열린다. 6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진달래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그야말로 '참꽃'임을 체험으로 안다. 눈으로 보고, 코로 향기를 맡고, 입으로 맛을 느끼는 유년의 눈물겨운 봄추억을 오롯이 가지는 꽃이 '진달래'인 것이다. 그러기에 '진달래꽃잎은 바람의 솟을대문'이 되어 이 강산의 봄을 열어간다. 그 꽃잎대문으로 '푸른 하늘이 들락거리'고 ' 흰구름이 들락거리'고 ' 산비둘기 울음도 들락거린다'. '진달래꽃잎'에는 고향의 흙냄새가 있고 유년의 애틋한 추억이 있고 이 나라의 허기진 역사가 있다.
'호젓이 만개하여 부신 눈 당기는' 진달래꽃잎에는 꽃빛보다 더 진한 '눈물이 묻어 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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