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잘못된 '내리사랑'

최근 선보이고 있는 책 '웰컴 투 머신'(데릭 젠슨'조지 드래펀 지음, 신현승 옮김)은 현대 기계문명에 대한 근원적인 고발인 동시에 이색적인 명상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오늘날에는 과학이 종교, 전문가가 사제, 관료는 문지기, 연구개발단체는 성당'이라고 말한다. 기계가 살아 있는 생명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과학이 자연을 인공적인 것으로 대체하려 하며, 기계가 모든 걸 사용하고 소모한다고 꼬집었다.

쪊충격적이지만, 이는 기계문명의 기본적인 개념을 파고들어 현대 사회의 '진짜 적'을 폭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을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대, 강하게 살아남는 것이 미덕인 시대로 일컫기도 하지만,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는지…. 평생 철학을 공부해 온 원로 철학자 박이문 교수도 최근 저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방황은 인간의 운명'이라면서 질문과 사유를 거듭하는 걸 보더라도 난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쪊박이문 교수는 이 저서에서 '생명의 조상인 박테리아의 유전자가 얼마나 지독한 경쟁력을 가졌기에, 신경이 얼마나 두터웠기에 그 수많은 치욕을 견뎌내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를 향해 고통스럽게 던지고 있다. 생존경쟁에서 이긴 걸 긍지로만 느낄 수 없는 까닭은 인간이 '어떻게 영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존재할 것인가'라는 물음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윤리적 존재'라는 데 있지 않을까.

쪊한 70대 할아버지가 불치병에 걸린 아이를 키우는 아들이 안쓰럽다며 손자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며칠 전 서울에서 일어난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아들 셋이 모두 명문대를 나와 좋은 직장에서 일하며 유복하게 살고 있는데, 둘째 아들의 아들이 선천성 뇌피질이형성증을 앓고 있어 아들의 짐을 덜어 주려 질식사시킨 사연을 안고 있다.

쪊졸지에 자식을 잃은 아들은 아버지의 법적 처리를 경찰에 요구했다 다시 아버지까지 잃지 않으려 불구속 수사를 요구했다지만, 엄청난 비극이 아니고 무엇이랴.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동정론이 나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인가. 이와 비슷한 살인 사건들이 그렇듯이 인간의 신성한 생명을 마치 기계나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잘못된 가치관은 반드시 지양돼야만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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