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난 아이가 아는 체를 하고 싶어 질문을 던져올 때만큼 책을 사준 보람이 느껴지는 때도 없다. 하지만 이런 책은 좀체 찾기 힘들다. 우선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제가 읽은 것을 엄마 아빠는 아는지 시험해보고 싶을 정도의 내용이 있어야 하며, 엄마 아빠에게 인정받을 수준의 질문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책을 사준 보람을 느끼기에 봄나무 과학책 시리즈가 제격이다. 지난해 4월 '어린 과학자를 위한 몸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난달 '걸리버 과학탐험'까지 여덟 권이 나왔다. 생물, 지구과학, 날씨, 화석, 빙하 등 과학 각 분야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는 이 가운데 네 번째인 '속담 속에 숨은 과학'을 가장 좋아한다. 출간된 지 한참 돼 몇 번이나 읽었을 법한데 딸아이는 요즘도 읽는 듯 가끔 질문을 던진다. "아빠, 바늘구멍으로 왜 황소바람이 들어오는지 알아?" 이럴 때 아빠의 정답은 '모르쇠'다. "아빠는 그것도 몰라? 베르누이라는 스위스 과학자가 발견한 건데 주먹만한 구멍으로는 송아지바람이 들어오는데 바늘구멍으로 들어오면 바람이 더욱 세져 황소바람이 되는 거야." 대견한 눈빛을 하자 한 바탕 신을 더 낸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13척의 배로 왜군 배 400척을 물리친 것도 이런 원리를 작전에 썼기 때문이야."
과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속담을 어쩌면 이렇게 잘 설명하고 있을까 싶어 책을 살펴보니 어른이 읽기에도 재미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봄볕은 며느리에게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 등 16개의 속담에 담긴 과학 이야기를 읽다 보면 속담의 과학성과 과학의 친근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한꺼번에 잡힌다.
봄나무 과학책 시리즈는 초등 고학년생을 대상으로 내놓은 책이지만 관심이 많은 분야라면 저학년생도 읽을 만하다. 유달리 공룡을 좋아하는 2학년생 아들 녀석은 제 누나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화석 탐정, 공룡 화석의 비밀을 풀어라!'를 어렵잖게 읽고 있다. 책값 아깝지 않은 시리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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