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이 됐다는 한 학생이 찾아왔다. 평소 간헐적으로 속쓰림이 있었으며 식사 후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자주 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진찰 결과 특이한 증상은 없었고 내시경 소견도 정상이었다. 이 학생은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진단받고 생활습관 및 약제 복용 후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후 갑자기 소화가 안 되고 속이 아프다는 학생들이 많다. 선생님과 새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고, 학업에 대한 부담감도 커지는 데 따른 신경성 위장병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이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주요 원인은 아직도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정상인에 비해 위산의 분비가 많거나 위산에 대해 위벽이 과민 반응하는 경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균의 감염, 위장운동의 감소가 관여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우울증, 불안신경증 등의 심리적 요소가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내장의 과감각, 바이러스나 기생충 감염, 특정 음식물에 대한 알레르기반응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의 기본은 우선 생활습관의 변화 및 식이요법을 먼저 시행하면서 약물치료와 필요에 따라서 정신과적인 치료의 병행 등 다각적인 치료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식이요법은 천천히 즐거운 마음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규칙적인 식사는 위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본적인 요소로 어느 음식이 좋고 어느 음식은 해가 된다는 식은 아니다. 남들이 좋다는 음식을 억지로 섭취하지 말고 자기에게 맞는 음식을 먹고, 맞지 않는 음식은 금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문제도 상당히 증상 발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필요하다. 식후 30분 정도는 학교나 공부에 관한 생각을 하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편히 쉬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기 위해 휴식, 적당한 운동 및 취미 생활 등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치료는 호소하는 증상에 따라 위산 분비 억제제 및 제산제, 위장 운동 개선제, 위 방어인자 증강제, 혹은 내장의 진통약물을 단독 혹은 병합해 사용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신경안정제나 항우울제 등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질환으로, 다른 기질적인 질환들을 배제한 후 증상만으로 진단되는 질환이다. 치료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나 꾸준히 관심을 갖고 치료해 생활이나 학업에 영향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정진태(대구가톨릭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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