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기자의 니 하오! 중국] (17)시우수이 '짝퉁' 시장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18일 미국 방문에 때맞춰 중국은 가짜 명품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등으로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의지를 과시했다.

베이징의 '시우수이'(秀水) 시장을 살펴보면 '짝퉁 천국' 중국의 속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우수이 시장은 지난 해 프라다와 구찌, 루이뷔통 등 세계적인 5대 명품회사들이 이 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17일 오후 이 시장을 찾았다. 주차장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온 버스 10여 대가 주차돼 있을 정도로 베이징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쇼핑명소다.

1심 재판에서 10만 위안(인민폐 1위안=125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이곳에서 짝퉁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1층에서부터 게스, CK 등 유명브랜드 청바지와 T셔츠 등이 보였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짝퉁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지만 품질이 진품에 버금갈 정도로 괜찮은데다 값도 싸기 때문"이다.

시장 서쪽 끝에 있는 10여 곳의 매장은 '시장의 영업규정을 위반, 영업을 정지한다.'는 통지서가 나붙은 채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명품을 팔다가 단속에 적발된 것이다. 영업 중인 매장에서도 '가짜 상품 판매를 엄격히 금지한다.'는 시장 측의 공고를 볼 수 있었다.

지하1층. 가방매장에서 '프라다' 가방을 발견했다. "진짜와 똑같다."며 호객하던 종업원은 '특A급'제품도 있다며 매장 안쪽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루이뷔통 등 소송 중인 5대 명품은 보이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시장의 왕즈리(往自力) 총경리는 "우리도 전력을 다해 판매금지된 48개 유명브랜드의 가짜 상품을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단속)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우수이 시장은 짝퉁상품에 대한 자체 단속과 더불어 '취엔취더'(全聚德) '통런탕'(同仁堂) 등 중국 내 유명상점들 입점을 통해 '짝퉁시장'으로 굳어진 이미지 개선도 꾀하고 있었다.

한편 짝퉁시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하자 짝퉁제품들이 시내 고급호텔로 진출, 이제는 중국 내 유명 호텔과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명품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4월 초 베이징의 한 4성급 호텔 명품매장에서 크로커다일 등 가짜 명품 T셔츠 100여 점이 적발됐다. 단속에 나선 공상국 직원은 "호텔이나 백화점에서는 가짜를 팔지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악용, 진품과 같은 가격으로 가짜를 팔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짝퉁명품 천국으로 악명을 높이자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이 중국 여행객들에 대한 휴대품 검사를 강화하면서 입국장에서 중국인들이 짝퉁제품을 압수당하고 벌금까지 부과당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중국 여행사들이 유럽을 여행하는 자국인들에게 짝퉁제품을 휴대하지 말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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