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1천억 원을 한국에 사회발전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제의하자 비판적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잔꾀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론스타는 지난 주말 외환은행 매각으로 얻게 될 양도차익 약 4조5천억 원 중 1천억 원을 기부하고 7천250억 원을 과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국내 은행에 예치하겠다는 의사를 재경부장관에게 전달했다. 국민 감정을 고려한 조치라고 부언했다.
외환은행 인수 과정의 부정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는 과정에서 론스타의 그 같은 제안은 국민의 의아심과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과정의 의혹과 각종 탈세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당당한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재벌의 불법이 거액의 기부금으로 적당히 넘어가는 사례를 심심찮게 봐 왔다. 외국인마저 한국적 병리현상을 적당하게 이용하려는 듯해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자본의 논리에 투철한 외국계 펀드라면 정당하게 벌어 세금 내고 당당히 자기 몫을 챙기면 그만이다. 시중의 '먹튀'라는 비판도 개의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리니까 예상되는 이익의 수십분의 1도 안 되는 기부금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저의를 깔고 있다면 이는 한국민을 모독하는 것이고 한국의 이상한 기부 풍토를 조롱하는 것이 된다.
관계기관은 밝힌 대로 론스타의 기부금 유화 제스처와 관계없이 법에 따른 엄정한 조사와 조치를 해야 한다. 론스타 문제는 한국이 법치국가로서, 잘못이 있다면 외국인과 외국자본도 용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반대로 한국에서 외국인과 외국자본도 법의 엄정한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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