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첨성대·분황사·국악…달빛신라역사기행

해설이 있는 유적지 여행과 달빛 아래에서의 전통국악공연 감상. 신라의 달밤을 무대로 펼쳐지는 경주여행은 낭만이다. 신라천년의 옛 왕궁터로, 전설이 깃든 계림으로, 첨성대로, 외롭게 탑이 서있는 한밤중의 사찰로…. 경주가 아니라면 만날 수도, 경험해 볼수도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지난 15일 신라문화원에서 주최하는 '달빛신라역사기행'을 다녀왔다.

어둠이 내린 분황사 3층 모전석탑. 백등을 든 사람들이 모여든다. 수십개의 백등이 탑을 에워싼다. 그리고 탑돌이. 무엇을 저리 기원할까. 소원을 적은 백등을 살펴봤다. '가족건강', '사업번창'. 철사로 틀을 만들고 한지를 붙여 만든 백등에 각자의 소원이 빼곡하다. 한 초등학생은 '의사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먼저 자리를 잡은 국악단이 은은한 국악공연으로 분위기를 더한다. 탑돌이를 마치면 본격적인 전통국악공연 시간. 아쟁과 거문고, 북, 꽹과리 등의 어울림이 은은하면서도 때론 청아하고 때론 속시원한 향연을 토해낸다.

국악에 빠져 보름달 달빛 아래 고고하게 모습을 드러낸 분황사 탑의 아름다운 모습을 놓칠 뻔 했다. 아쉽게도 날이 차 강강수월래는 생략했다. 그래도 신라의 달밤은 운치 있다. 어디서 이런 멋을 볼 수 있으랴.

그 전에 낮 시간대엔 유적지를 둘러본다. 출발은 오후 4시. 첫 방문지인 월성으로 가는 길엔 유채꽃이 한창이다. 이제 막 꽃잎을 틔운 유채꽃 향기는 5월초까지 이어진다. 흰 꽃잎이 지고 연한 보랏빛을 내는 월성 주변의 벚나무와 어울려 그림을 만들어낸다.

월성과 석빙고, 계림을 지나 오후 5시 30분쯤 월정교에 이른다. 월정교는 통일신라 경덕왕 때 조성된 다리. 왕궁이 있는 월성과 신라의 성지인 남산으로 통하는 연결로였다. 왕과 귀족들이 이용하는 다리여서인지 화려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1980년대 중반 양쪽 교대(橋臺)와 4개의 교각받침을 발굴했다. 현재 3개의 교각받침도 모래에 묻혀있다. 하지만 안내간판조차 없어 일반관광객들은 이런 역사적인 유물인지조차 모른다.

경주최씨 고택과 경주향교를 거쳐 다시 계림으로 돌아오면 오후 6시 30분쯤. 주최측에서 도시락과 백등을 나눠준다. 백등에다 각자의 소원을 적어넣고 신나는 풍물놀이패와 합세한다. 풍물놀이는 첨성대까지의 길놀이로 이어진다.

관광도시여서일까. 경주의 밤풍경은 상상외로 볼 만하다. 길놀이패 뒤로 은은한 조명을 받은 유채꽃밭과 월성의 풍경이 환상적이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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