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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김정용 作 '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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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김정용

아랫배에서 주둥이까지

격한 파고가 내장을 훑고 지나간다.

누런 위액이 섞인 속엣 것이

개의 입에서 게워진다.

비 그친 뒤 고인 물에 널브러진 개나리꽃 같다.

고통은 무언지

한 번은 보아야 한다.

한 번 더 토악질을 한

마당의 개

멀뚱하니 토사물을 내려다 본 뒤

붉은 혀로 척척 빨아올린다

고통이었던 것이, 양식으로 되사는

그리 흔한 경험은 아니지만 개가 한껏 등뼈를 구부렸다 게워내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고통스럽게 속엣 것을 게워낸 개는 '멀뚱하니 토사물을 내려다' 봅니다. 마치 '고통은 무언지/ 한 번은 보아야 한다.'는 것을 목격자에게 깨우쳐 주듯이. 그리고는 그 토사물을 다시 먹어 치우지요. 이 장면에서 사려 깊은 목격자라면 인간이 아닌 개에게는 '고통이었던 것이, 양식'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입니다.

일찍이 성인은 인간 세상을 고해(苦海)라고 했지요. 삶은 바로 고통이라 하겠지요. 우리가 받는 '고통'을 삶의 양식으로 되살린다면 '고통의 바다'를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건널 수 있겠지요.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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