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라지는 레코드점, 벼랑에 선 음반업계

드디어 울음보가 터졌다. 최근 대중음악계 음반유통회사가 모여 한국음반유통연합회(회장 한경화)를 결성하고 음반기획 및 제작사에 공문을 보내 "5월1일 발매되는 음반에 대해 온라인 음원 서비스와 음반 출시를 동시에 해달라"는 협조를 구했다.

이 공문에는 "현재 음반 발매일보다 훨씬 앞서 온라인 음원 서비스업체에 음원을 공급해 음반 판매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의 심정"이라는 절박함을 담고 있다.

수치로 나타난 음반시장 불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늪에서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15일 한국음악산업협회가 발표한 2006년 1.4분기 음반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1월부터 발매한 음반 중 10만장 이상 판매 음반은 이수영 7집 '그레이스(Grace)'와 플라이투더스카이의 6집 '트랜지션(Transition)' 단 두 장이다. 1월20일 발매한 '그레이스'는 19만5천여 장, 1월6일 출시한 '트랜지션'은 11만8천여 장을 기록중이다.

뒤이어 3월7일 출시한 세븐 3집 '24/7'이 5만1천여 장, 2월27일 선보인 남성 R&B 듀오 바이브 3집 '리 필(Re Feel)'이 4만2천여 장으로 몇몇 음반이 1만~2만장대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1만장 이하에 그치고 있다.

음반 도매업체인 미디어신나라 이사이자 음반유통연합회 한경화 회장은 19일 "5~6년 전 100개 이상을 헤아리던 음반 도매상이 현재 미디어신나라, 뮤직코리아, 크레센도 등 3개 정도만 남아 있고 3천여 개이던 소매상은 300여 개로 줄어들었다"고 음반업계 불황을 심각성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신나라도 소매점인 신나라 직영매장을 33개에서 12개로 대폭 축소했으며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온라인 음반판매 업체도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회장은 이 같은 원인에 대해 "벅스 등 무료 온라인 음악사이트 난립에 이어 최근 유료화로 돌아서긴 했지만 대부분 월정액 3천원 정도에 한달간 스트리밍(음악듣기)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싼값에 음악을 공급하는 바람에 3~4년 사이 음반시장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또 "대형 가수는 100만장, 중간급 가수도 20만~30만장 팔던 때는 음반업계 매출이 2천억원 정도 됐지만 지금은 그 수치를 말하기 힘들 정도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탄했다.

"솔직히 재고 정리만 해주면 폐업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한 소매업체 사장은 "지금 상황이라면 3년을 못 넘겨 도-소매 업체가 모두 사라질 것 같다"며 "음반 매장이 자취를 감춰도 되는지 음악 팬들에게 묻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음반유통연합회가 찾은 첫번째 대안이 온-오프라인 음원 동시 출시. 한 회장은 "당초 음반 출시보다 한달 늦게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지만 음반기획 및 제작사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여 동시 출시 협조를 구한 것"이라며 "아직 뚜렷한 대답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연예제작자협회 이사이기도 한 박진 SM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음악업계의 기득권이 음반시장에서 유-무선 온라인 시장으로 바뀐 데 대처하지 못한 점은 음반업계가 반성할 점"이라고 지적한 뒤 "현재 온라인 음원 선공개를 할 경우 온라인 업체들은 사이버상에서 마케팅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점차 온라인 선공개가 일반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음원 매출이 극대화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 시점에서 음반업계의 목소리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음반제작자와 업계가 공생하기 위해선 음반유통업계가 이동통신회사 및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와 만나 현실적인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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