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구 1위 동대문닷컴은 대구기업!"…장호 대표

국내 인터넷 쇼핑몰사이트 중 공동구매 1위, 오픈마켓 5위. 바로 '동대문닷컴'(www.ddm.com)이다. 하지만 동대문닷컴은 서울 동대문시장에 있는 게 아니었다. 대구시 동구 효목2동 데이콤빌딩 6층에 얌전히(?) 둥지를 틀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을 한번쯤 이용해 본 사람들에게는 '디디엠쩜컴'으로 통하는 회사. 이곳에 하루 평균 30여만 명이 방문한다. 물론 회사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홈페이지를 방문한다는 말이다. 지난 2003년 1월 '동대문클럽'으로 문을 열었고, 작년 8월 '동대문닷컴'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한 이탈리아인이 갖고 있던 'www.ddm.com' 도메인을 사들이는데 8천만 원이 들었다.

하지만 별로 아깝지 않은 투자였다. 의류, 패션잡화부터 가전, 레저상품까지 판매하는 이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거래만 하루 2만5천여 건, 매출액으로 하루 3억 원에 이른다. 동대문닷컴은 한마디로 '온라인 장터'다. 이 장터에 문을 연 가게만 무려 1만 5천 개. 가입회원은 150만 명에 이른다. 물건 팔 사람들을 불러모아 가게를 열게 한 뒤 구매자들과 연결시켜주는 게 동대문닷컴의 역할. 그래서 이 회사는 이름 앞에 꼭 '국내 최대 패션 오픈마켓'이란 말을 붙인다. 누구나 올 수 있는 열린 장터라는 뜻이겠다.

듣고 보면 '그거 참 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처음 시작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은 사업. 누가 이런 깜찍한 아이디어를 냈을까? 독특한 사업 아이디어 못지않게 대표이사도 독특하다. 1973년 대구 출생, 대구고교 야구부 출신. 연간 1천억 원이 훨씬 넘는 '거대 쇼핑몰' 대표 이사의 이력을 듣고나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하지만 장호(張鎬·33) 사장은 결코 이력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이다. 체육특기생으로 대학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좌절되자 고교 졸업 후 막바로 입대했다. '인생만사 세옹지마'라는 말이 이처럼 적절할 수 있을까? 서울에서 군 생활을 하며 동대문시장을 처음 가봤단다. 똑같은 청바지 한 벌에 동대문시장과 대구 보세점 가격이 3배 가량 차이가 났다. 눈이 번쩍 띄였다.

제대하자마자 동대문 상인들과 만났다. 옷 장사에는 문외한인 사람이 의류 도매업을 하겠다고 뛰어든 것. 방법은 간단했다. 동대문 의류공장에서 싼 값에 청바지를 가져와 대구에서 도매가격보다 싸게 공급한 것. 대구 동성로 야시골목에 있는 보세 옷가게 사장들을 일대일로 만나 가격을 제안했고, 첫 달에 매출 1천만 원을 올렸다. 이런 식으로 계속 장사를 했어도 지금 꽤나 부자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장 사장은 '심심한 건 못 참는' 성격인가보다. 공장 제품을 사는데 만족하지 않고 직접 디자인한 제품 생산을 의뢰했고, 나중엔 아예 대구 의류공장을 통해 티셔츠와 겨울 파카 등을 생산했다. 헐렁한 티셔츠가 유행이던 시절, 몸에 꽉 붙는 모자 달린 티셔츠를 내놓았다. 대박이었다. 티셔츠만 5만 장을 팔아치웠다. 다시 심심해진 장 사장은 온라인에 '눈독'을 들였다. 쇼핑몰을 만들고 동대문 상인들을 설득해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 현재 동대문닷컴 입점 상인 중 70%가 동대문에 상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동대문닷컴이다. 공동구매를 통해 보다 좋은 제품을 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이쯤에서 궁금한 것 하나. 장 사장의 '심심증'은 이제 끝난 것일까? 역시 아니었다. "네이버나 야후 못잖은 포털사이트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이미 동대문닷컴은 단순히 의류 등 물건을 사고 파는 사이트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아직 실패를 모른다는 장 사장. 대구에서 출발한 조그만 기업이 인터넷 포털의 대명사가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본사를 서울로 옮길 생각도 없다. 온라인 장사를 하는 사람이 지역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 이 대목에서 그는 유난히 힘 주어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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