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57) 씨와 박명재(58) 열린우리당 경북도지사 예비후보의 40년 우정이 화제다.
이 씨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이고 박 후보는 개혁을 표방하는 열린우리당 후보라는 점에서 색깔이 다른 듯 보이지만 이들은 끈끈한 우정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1964년 서울의 한 야간 인문계 고교 교실에서다.
그 해 봄 포항 장기중을 졸업한 박 후보는 뛰어난 재능에 비해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았다. 이를 딱하게 여긴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서울에 사는 자신의 아들이 운영하는 약국에 낮에는 점원으로, 밤에는 고교 야간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똑같은 시절 이 씨는 검정고시 합격 후 상경, 박 후보가 다니던 바로 그 학교 야간부에 들어가게 됐다. 이 씨는 당시의 박 후보를 "늘 교실 맨 앞줄에 앉아 수업에 귀 기울이던 문학 청년"으로 기억했다. 우리나라 최고 문필가로 평가받는 이 씨는 당시엔 정작 정치에 관심을 두었고, 지금 여당의 도지사 후보로 나선 박 후보는 오히려 시집을 들고 다녔다는 것.
'동문 수학'은 둘 다 석 달만에 다른 학교로 전학가는 바람에 끊겼지만 만남은 이어졌다. 대학생(이 씨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박 후보는 연세대 행정학과) 시절로 연결된 만남은 군 입대로 끊겼다가 이 씨가 소설가로 등단해 이름이 알려지면서 재개됐다. 이 씨가 '이문열'이란 필명으로 바꾼 것(이 씨의 본명은 이열)을 몰랐던 박 후보가 우연히 이 씨 소설책에서 사진을 본 뒤 연락하게 됐다고 이 씨는 말했다.
이런 인연으로 박 후보가 올 초 자서전 '손짓하지 않아도 연어는 돌아온다'를 출판했을 때 이 씨는 추천사를 보냈다. 평생 남의 책에 추천사를 쓰지 않기로 유명한 이 씨지만 우정 앞에서는 달랐다.
미국에서 집필 중 잠시 귀국한 틈을 타 지난 20일 박 후보의 선거 사무실을 방문한 이 씨는 "나이는 한 살밖에 많지 않지만 박 후보는 당시 훨씬 손위인 것처럼 모든 게 어른스러웠고 생각이 깊었다."며 이번 경북도지사 선거에서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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