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가·환율 쇼크' 지역경제계 "언제까지 버틸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선 고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930원 대까지 추락한 원화 강세 추세가 맞물리면서 국가 및 지역 경제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이제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산업계뿐만 아니라, 그동안 낙관론을 보였던 정부 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임계치'에 달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업체 위기감 고조= 대구상공회의소는 "현재 환율은 지역 기업들의 예상환율(1천24.10원) 보다 훨씬 낮은 데다 적정환율(1천64.20원)을 크게 밑돌고 있다."면서 "대구지역의 경우 현재 적정환율보다 117.70원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1.7%, 4.5% 감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율의 적정수준은 1천15.7원, 손익분기점 수준을 985.8원이라고 대답해 이미 상당수의 수출기업들이 출혈 수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아스콘조합에 따르면 현재 아스팔트유 1㎏의 가격은 36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0원 보다 2배 가량 올랐다. 이 때문에 지역 업체들이 관급공사에 아스콘 1t을 납품할 경우 7천200원 정도를 손해를 보기 때문에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아스콘조합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국제 유가 인상폭보다 아스팔트유 인상폭을 너무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며 "27일 상경해 전국 아스콘업체와 함께 아스팔트유 가격인상 철회집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중소기업청은 27일 환율 급락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환리스크 대응 상담회를 개최하는 한편 수출지원센터를 비상운영체제로 전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환율하락과 유가상승의 경제 파급효과= 환율하락은 부문별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이 혼재해 나타나게 된다. 수출비중이 높은 조선, 섬유의류, 반도체 등은 환율하락에 따라 영업잉여율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수입중간재 비중이 높은 석탄제품, 석유제품, 전기·가스·수도업 등에서는 오히려 영업잉여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유가 상승은 국민경제 전체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약화시켜 부정적 효과만 낳게된다. 국내 정유사들에 따르면 휘발유 공장도가격은 현재 1천464~1천471원, 소비자 가격은 1천500원대를 넘어 지역에 따라 1천600원선을 기록하고 있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302~1천307원보다 12.4~12.5% 오른 상황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의 2000년 산업연관분석에 따르면, 5%의 환율하락은 가계에 1조 2천억 원(총소비의 0.3%) 내외, 기업에 1조 7천억 원(총설비투자의 2.8%) 내외의 투자비용을 절감시키지만 기업부문의 영업잉여는 2조 7천억 원(총산출액의 0.2%)이 줄어든다. 또 기업부문의 충격 대부분이 수출기업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수출중소기업의 체감충격은 훨씬 커진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금액은 총수입의 12.3%, GDP(국내총생산)의 4.9%를 차지하기 때문에 10%의 원유가격 상승은 GDP 0.5% 내외의 실질 구매력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는 0.1~0.2%, 총투자는 1%가까이 위축되고, 소비자물가는 0.1% 내외로 오르며 경상수지 흑자는 20억 달러 이상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올들어 환율이 7%가량 떨어지고, 국제유가가 20% 폭등한 현 상황은 업계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위험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라=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위원장단 회의를 열고, 고유가 및 환율급락 등 대외여건 변화에 대응하고 경기회복세를 지곳해 나가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정책금리 현수준 유지 ▷환율안정화 대책 ▷투자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 개선 등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환율과 유가를 심각한 상황으로 진단하며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할 경우 외국환평형기금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역기업들은 외환관련 전문인력이 없고 마땅한 환위험 대비책도 없는 중소 수출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면서 "수출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하락으로 수익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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