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8년만에 다시 구속되는 현대家 '영욕의 세월'

검찰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구속,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불구속 수사 방침을 결정함에 따라 정 회장은 28년만에 구속되는 처지에 놓였다.

정 회장은 특히 28년전인 1978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사건때 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위해 구속된 데 이어 이번에는 아들을 대신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기구한 운명을 맞았다.

반면 정 사장은 현대차그룹을 이어받을 상황에서 생애 첫 시련은 모면했지만 아버지의 구속에 따라 홀로 그룹을 이끌어가야 하는 큰 짐을 지게 됐다.

◇ MK, 아버지 이어 아들 대신 구속 = 정 회장은 한번은 아버지를 위해, 또 한번은 아들을 위해 구속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그는 32세 때인 1970년 현대차 서울사업소장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 현대건 설 자재부장과 현대차 이사 등을 거쳐 1974년 현대자동차써비스 사장으로 경영전선 에 뛰어들었다.

그 후 4년만인 1978년 그에게 있어 첫 시련이 닥쳤다.

한국도시개발공사(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던 정 회장은 1977년 서울 압구 정동 현대아파트에 대한 공직자 및 언론인 특혜분양 사건과 관련해 이듬해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조사를 받았고 결국 뇌물수수와 특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입을 굳게 닫아 처벌을 피했고 정 회장이 대신 구속됐다.

정 회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80년 11월 고법과 81년 4월 대법원에서 결국 뇌물죄는 무죄를 받고 건축법 위반에 대해서만 징역 6월 벌금 5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1심 재판때까지 75일간 구금되는 시련을 겪었다.

정 회장은 또 2000년 3월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왕자의 난'으로 형제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내홍'(內訌)을 겪었지만 현대차그룹을 얻었으며, 2004년에는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대선자금으로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김동진 총괄부회장이 책임을 진 덕분에 검찰 소환조사나 사법 처리를 면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시련을 딛고 이후 자동차와 철강을 중심으로 한 과감한 투자 와 사업 확장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현대차그룹을 출범 당시 재계 5위에서 2위까 지 끌어올리고 해외에서는 '2010년 글로벌 톱5'를 목표로 할 정도로 도약시킴으로써 승승장구해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 회장은 예상치 못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28년만에 '영어의 몸'이 됨으로써 생애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한때 정 회장 불구속, 정 사장 구속 의견이 나돌았지만 정 회장은 검찰의 소환조사와 관련해 "아들이 구속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 회장은 28년전에는 아버지를 위해 구속된 데 이어 이번에는 아들을 대신해 시련 앞에 자신의 몸을 던진 셈이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아들을 대신 '영어의 몸'이 되게 하는 마음의 부담은 지지않게 됐지만 '탄탄대로'를 걸어온 그동안의 행보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정 사장에게는 '마음의 상처' = 반대로 정의선 사장은 검찰의 불구속 결정에 따라 일단 생애 첫 시련의 강도는 줄어들겠지만 아버지가 구속되는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됐다.

그는 또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의 후계자로 탄탄대로를 걸어오던 앞날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 사장은 일찌감치 현대 가문의 장자 대접을 받으며 착실히 경영수업을 쌓아왔다.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서 MBA 과정을 마친 뒤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근무하다 1999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정 사장이 현대차에서 처음 몸담은 부서와 직위는 자재본부 이사로,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부품 조달과 자재관리, 협력업체 관리 등 자동차 회사의 기본부터 닦겠다는 의도에서 였다고 한다.

그는 이후 2001년 상무로 승진해 구매실장을 맡았고 1년만인 2002년 다시 전무 로 승진해 국내 영업본부 영업담당과 기획총괄본부 기획담당 등을 겸임하기도 했다.

그가 외부에 얼굴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작년초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한 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부터로, 이후 기아차 수출 500만대 달성 기념식 등의 행사를 주관하며 경영 전면으로 부상했다.

정 사장은 사장 승진 후 지금까지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립계획을 진두 지휘하는 등 경영능력을 발휘, 올해초 세계경제포럼(WEF)의 '2006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되는 등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후계자로 인정을 받아왔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정 사장이 이번 사건으로 속도는 더디고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향후 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데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다만 정 사장은 28년전 현대아파트 사건때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관계와는 달리 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그룹을 이끌어가야 하는 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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