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야구장 찾지 않는 대구 야구열기

"봄 날씨가 도대체 왜 이렇지."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야구가 열리는 날이면 관중석을 한 바퀴 돌아보곤 한다. 시즌 초반부터 빈 공간이 더 많은 관중석을 바라보며 봄답지 않는 쌀쌀한 날씨 탓을 해본다.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진출하면서 야구 열기가 높아졌다고 하는데 야구팬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대구구장 입장객 수는 개막전이 열린 8일 만원(1만2천명)에서 9일에는 8천여명, 18·20일·25일에는 3천여명, 26일에는 1천여명으로 줄어들었다. 황사가 물러난 27일에도 관중은 4천154명에 머물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나 구단 관계자도 아니고 야구 관련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웬 관중 걱정을 해야 할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하는 이유가 있다. 대구에 살고 있으며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기도 하고 새 야구장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구시가 민자를 유치, 두류공원 일대에 돔 구장을 포함한 새 야구장 건립을 추진한다"는 기사까지 썼기에 관중 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만약 두류공원에 새 야구장을 지을 의사가 있는 민간 사업자가 야구장에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텅 빈 관중석을 보고도 새 야구장을 짓겠다는 생각이 들까. 야구가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때만 관중이 몰리는 축구처럼 된다면 아무도 새 야구장을 지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야구장 관중이 적다고 대구의 야구 열기가 낮다고 할 수는 없다. 야구장 관련 기사가 나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지역 야구팬들의 새 야구장 건립에 대한 의지는 인터넷 댓글과 전화 문의 등으로 뜨겁게 전해진다. 대구에 새 야구장이 필요하고 대구시가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게 주된 의견이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삼성 그룹이 새 야구장 건립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문제는 이러한 야구팬들의 관심이 새 야구장 건립의 주체가 될 관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TV나 컴퓨터, 전화 앞에서만 야구 팬이라고 강조해서는 되는 일이 없다. 경기장에서의 야구 관전이 하나의 문화가 되지 못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진정한 야구팬이고 대구에 새 야구장이 탄생하기를 희망한다면 대구시민야구장을 찾아 관람석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올해는 평균 관중(지난해 5천720명, 통산 6천414명)이 7천명 이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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