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친 한나라당 정서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최근 지역의 한나라당 공천자 및 탈락자, 선거운동 관련 인사들 사이에서는 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에 이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기초의원 공천제, 부메랑 되나?
"멋대로 기초의원 공천제 만들어 놓고,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멋대로 써먹은 한나라당에 본때를 보여 주겠어." 지난 주말 경북 영주에서 만난 한 한나라당 기초의원 공천 탈락자는 한나라당을 향해 이렇게 활시위를 당겼다.
기초의원 선거 출마자들은 선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밑바닥 조직을 갖고 있다. 이 표심이 어떤 형태로 결집되느냐에 따라 선거 판도는 출렁인다.
실제 지난해 10·26 대구 동을 재선거에서 낙선한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는 가장 큰 패인으로 '기초의원 공천제'를 꼽았다.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당시 한나라당 기초의원 공천을 받으려는 인사들이 동별로 3, 4명씩 경쟁하다시피 한나라당의 밑바닥 조직을 책임졌고, 이 때문에 바닥 뭉치표가 한나라당 후보에게 막판 쏠렸다고 이 특보는 주장했다.
이는 역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이 한나라당 후보에 타격을 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지역 정가는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공천에 따른 탈락자가 경북의 경우 시·군별로 10명이 되지 않았던 이전 지방선거와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고 예상했다.
기초의원에까지 공천제가 도입됨에 따라 과거보다 몇십 배 많은 사람들이 당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고, 결국 시·군마다 30~50명씩의 공천 탈락자가 양산돼 한나라당 역풍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보살피지 않은 10년" 불만 고조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 경북 북부 한 군의 무소속 후보 진영에 합류한 김모(56) 씨는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을 보살피지 않았던 지난 10년을 톡톡히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지난 10년간 지역구 당원 관리를 외면했다. 국회의원에 당선만 되면 서울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고 지역 당원을 사실상 내팽개쳤다. 어떻게 당 조직이 와해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회의원들이 '공천=당선'이란 지역 정서에 빠져 지난 10년 세월 동안 '쓰고 버린다.'는 식의 선거를 되풀이해왔다는 게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주 찾은 경북의 한 한나라당 군수 후보 사무실의 경우 1시간 내내 찾아오는 손님이 손에 꼽힐 정도인 반면 인근 무소속 경쟁 후보 선거사무실은 수십 명의 지역민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나라당 도의원 공천을 받은 한 후보도 선거가 개점 휴업이라고 허탈해했다. 이 후보는 "공천이 너무 늦은 이유도 있지만 공천 후유증으로 반 한나라당 기류가 강해 선거운동 조직에 넣을 사람이 없다. 과거 당원들은 물론 쓸 만한 사람까지 상당수 무소속 경쟁 후보 쪽으로 넘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인기도 떨어지나?
지방선거 공천 후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예전같지 않다는 지적도 적잖다. 일부 시·군에서는 지지도가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돈다.
최근 지역의 모 방송사가 최근 경북 중·북부지역의 한나라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영주의 경우 지지율이 30.5%에 머문 반면 '지지정당이 없다'는 60.0%나 됐다.
봉화에서도 한나라당 지지도는 26.5%로 바닥권 수준에 머물렀고, 예천도 36.7%로 낮았다.
여론조사회사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공천 후 경북의 몇몇 시군을 대상으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공천 전 60% 중·후반대였던 것이 50%대 안팎으로 떨어졌다. 당분간 지지도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일부 지역의 한나라당 정서에 이상기류가 발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상걸린 한나라당
한나라당도 이상 조짐이 일부 일고 있다고 판단하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우선 영주 봉화 의성 청송 군위 고령 등 경북 북부 및 대구권 지역 6개 시군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선정했다. 이 지역 한나라당 후보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기간 동안 당력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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