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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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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1970, 80년대 온 국민의 주식이자 부식이었다. 조리가 간편하고 값이 쌌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 독재'시절 라면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수출 역군'들의 친구였다. 값싼 라면이 없었다면 '수출 역군'들도 저임금을 견디지 못했을 터이다. 지금도 라면은 한국인들에게 '제2의 쌀'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소비된 인스턴트 라면은 860억 개. 라면을 가장 많이 소비한 나라는 440억 개를 먹은 중국이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한국이라고 한다. 국민 1인당 연간 84개를 먹는다고 하니 나흘에 한 개꼴로 먹는 셈이다. 그런데 경기침체로 라면 소비량이 줄었단다. 국내 라면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의 지난 1분기 판매량이 전년대비 1% 감소했다는 것.

○…증권사들의 분석보고서는 라면 시장의 정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과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제품을 출시한다면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라면이 경기를 탄다면 라면도 못 사먹을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는 얘기인가. 라면 회사 관계자의 분석이 보다 정확하다. 경기가 회복돼야 공장들이 밤낮없이 가동하면서 야식을 먹고,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늘어나야 라면이 더 많이 팔리는데 소비 자체가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라면값은 봉지면과 용기면을 포함해 500~1천500원 선이다. 분식점에서도 2천~3천 원은 줘야 라면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라면이 더 이상 값싼 음식이 아닌 것이다.

○…라면 업계도 라면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하고 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을 출시하고 모든 제품에서 인공조미료인 MSG를 뺄 계획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이 몸에 좋은 기능성 성분을 보강하고 첨가한 '웰빙 라면'을 선호해 업계도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나 소비 침체를 돌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천민 음식' 취급을 거부하며 '웰빙 음식'으로 거듭나겠다는 얘기다.

○…그러니 라면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라면에도 양극화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인 것이다. 양극화가 메가 트렌드인데 라면이라고 양극화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라면이 융숭한 식사 접대가 될 날도 머잖았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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