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과후 학교'…사교육비 비용의 20%, 갈수록 인기

대구칠성초교 2학년 진경(8·여·북구 침산동)이는 요즘 4교시 수업 마침 종소리가 늘 기다려진다. 같은 반 친구들이 집과 학원을 향해 교문을 나서는 낮 1시쯤. 급식을 먹고 난 진경이는 다시 윗층 '방과 후 학교'로 발걸음을 옮긴다. 교실 문을 열자 '이는 닦았니?',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 '오늘 알림장 보여줄래' 하며 보육 선생님이 엄마처럼 반갑게 맞아준다. 방과 후 프로그램이 끝나는 오후 5시까지 학교는 진경이에게 또 다른 집이다.

진경이는 "이 곳이 없었으면 엄마, 아빠가 돌아오실 때까지 집에서 혼자 TV를 보거나 학원에 가야 했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시내 초·중·고교에서 운영중인 방과후 학교들을 탐방했다. 학교 여건(맞벌이 학부모가 많다거나 주변에 학원이 많다거나 하는 등의)에 따라 특기적성, 보육, 교과목 중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었다.

아파트촌 한가운데 위치한 칠성초교는 방과 후 보육 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전교생 1천 400여 명 가운데 650여 명이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그 중 23명의 보육 교실 아이들은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 강사 선생님은 아이들의 숙제나 학습지를 풀어주기도 하고 동화책 읽기나 율동도 가르쳐 준다.

학부모 배원형(40·북구 침산동·자영업) 씨는 "입학 전에는 월 15만 원을 주고 유치원 종합반에 보냈는데 방과 후 학교에는 월 3만 원을 내고 있다."며 "무엇보다 믿고 맡길 수 있어 안심"이라고 말했다. 최수희(38·여) 보육교사는 "시간이나 인원을 늘려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지만 교실 사정이 여의찮아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수성구 동일초교는 전교생 844명 중 176명(21%)이 과학, 미술, 바둑, 바이올린, 무용, 영어, 암산 등 7과목의 방과 후 학교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박두선 교사는 "연말 수업 만족도 조사에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강사 재계약이 될 정도로 사설 학원 못지 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인기가 높은 과목은 무용. 무용교실로 들어서자 배꼽이 드러나는 댄서복 차림의 아이들이 김종국의 '사랑스러워' 에 맞춰 한창 춤을 배우고 있었다. 30여 명의 학생들은 모두 3학년 이상. 발레를 배우는 저학년생과 달리 요즘 유행하는 방송댄스나 스포츠댄스를 배운다고 했다. 꿈이 무용수라는 6학년 박시현 양은 "작년에는 효리 댄스로 학예회 발표도 했다."며 "방과 후 학교를 마치고 남동생과 1시간쯤 놀고 있다 보면 어느 새 부모님이 퇴근해서 돌아오신다."고 말했다.

시지중학에서는 교과목 수업이 단연 인기였다. 20개 수업 중 절반이 교과 관련 과목. 선행학습을 곁들인 수학 과목은 학생들이 줄을 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현아 교사는 "평소 30%인 방과 후 학교 학생 수는 방학 때 60%까지 늘어난다."며 "정규 수업만으로는 뒤처지는 학생이나 앞지르고 싶어하는 학생 모두에게 만족을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학, 영어, 과학 등 2~3개 수업을 요일을 바꿔가며 듣는 학생까지 있다. 월 수업료가 2만~3만 원으로 사설 학원 비용의 4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1학년생 10명으로 이뤄진 '영어 문법반'은 마침 be동사와 의문문 단원을 배우고 있었다. 오주영 군은 "학원보다 분위기도 부드럽고 학생 수도 적어 궁금한 점을 마음껏 물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상민 군은 "실험 위주로 진행하는 과학 수업이 가장 재미있지만 체육 과목이나 노래반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명 학생들에게 사설 학원에 다니는지 물었더니 모두 손을 들었다. 오후 8시나 새벽 2시까지 서너 과목을 듣는 학생도 있었고, 대부분 고교 과정을 선행해 배운다고 했다.

강사 이승용씨는 "기초와 원리를 익혀야 하는 단계에서 점수 따기 요령만 배우면 장기적으로 득이 될 것이 없다."며 "방과 후 학교도 단순히 학원 따라잡기 식이 아니라 학교 교육의 근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방과 후 학교(After study)는

1996년 처음 시행된 특기·적성 교육을 비롯해 기존 방과 후 교실(초등), 수준별 보충학습(고교) 등의 명칭을 통합한 것이다.(에듀넷 사이트 http://community.edunet4u.net/~afterstudy) '누구나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난 해까지는 교과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현재 방과 후 학교에서는 영어·수학·국어 중심의 수업을 정식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대구시내 초·중·고 410곳에서 100% 시행하고 있으며 경북 경우 초교 100%, 중학교 79%, 고등학교 25%의 운영률을 보이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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