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편법 경영권 승계 '포기 선언'나와야

재벌들의 세금 없는 편법 상속과 경영권 대물림이 새 국면을 맞았다. 신세계에 이어 삼성그룹도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의 상속 및 증여세 정상 납부 선언으로 재계의 편법 상속 관행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삼성이 '법대로 세금을 내겠다'고 밝힌 것은 에버랜드를 통한 경영권 편법 승계가 검찰 수사로 번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것이다. 또 현대차 사건으로 인해 8천억 원 사회 환원 조치마저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한 데다 같은 수법인데도 현대차와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조치로 보인다. 논란을 잠재우고 경영권 승계를 원만히 성사시키려면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득이 있다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재벌들은 그동안 세법의 허점을 이용한 절세이지, 탈세는 아니지 않으냐는 자세를 취하며 세금 없는 상속과 경영권 대물림을 당연시해왔다. 재벌들이 백안시된 이유는 이처럼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경제 위기론'을 방패로 불법적인 치부와 편법 상속을 일삼으며 불투명 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과 신세계의 태도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투명 경영 선언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재벌 총수 일가는 평균 지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나 기업 자산을 총수 일가의 것으로 여기고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른바 '황제 경영'이다. '법대로 상속'을 통한 황제 경영의 대물림이 아니라 엄격한 검증을 거친 경영권 승계만이 투명 경영과 기업 경쟁력 제고를 보장한다. 이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상속'증여세 정상 납부는 물론 좋다. 그보다는 경영권이 자식에게 승계돼야 한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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