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 대표 테러는 '정치적 병리현상'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테러는 민주사회를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수치다. 군중이 운집한 환한 시간에, 여성인 야당 대표를 서슴없이 살해하려 한 광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놀랍고 어이없다. 외신을 타고 우리 사회에 도사린 야만과 폭력성이 나라밖으로 전해진 것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이 나라의 정치 수준과 사회 기강의 후진성을 한꺼번에 보여준 참담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전과 8범의 범인이 사회적 불만에서 범행했다고 발표했지만, 그의 행위를 단순히 사회적 병리 측면에서 볼 게 아니다. 그의 범행이 정치 현장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계획적으로 선거 유세장에서 박 대표를 겨냥했고, 범행 후 정치성 구호를 외쳤으며, 지난해 한나라당 사학법 집회에서도 국회의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따라서 그의 광기 어린 행위는 정치적 병리현상에서 관련성을 찾아야 마땅한 것이다.

우리 정치는 힘겨운 민주화의 파고를 거치고도 '응징과 심판'이라는 증오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대 덕목인 국민화합은 안중에 없고, 분열과 선전'선동의 전투적 대립에 몰두하는 정치다. 그런 정치에서 국민의 심성은 거칠어지고 폭력성에 대한 불감증이 싹트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테러가 국민 간에 편 가르기를 비롯해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배태할까 걱정하는 것도 이런 3류 정치 풍토 때문이다. 이미 인터넷과 선거 현장에서 이번 테러를 둘러싼 우려할 저질 공방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야당 지도자가 마음놓고 선거 유세도 못하는 나라는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도 없다. 박 대표는 테러를 당하기 이틀 전에도 광주에서 유세를 중단하는 봉변을 당했다. 이런 조악한 치안 상황은 따질 것도 없이 정부의 책임이다. 테러의 명명백백한 진상 규명에서부터 그 책임에 값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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