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억지 주장에 더 끌려가선 안 된다

경의선과 동해선 시험운행이 또 무산됐다. 철로 연결 공사 이후 합의했던 세 번째 시험운행 무산이다. 북한은 "남측의 친미 불순세력이 불안정한 사태를 조성하고 있어 시험운행을 예정대로 할 수 없다"고 통보, 일방적으로 일정을 취소했다. "서해상 충돌 방지와 같은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남북 철도 연결에 매달려 온 우리 정부만 우스운 꼴이 됐다. 남측 정세 운운하며 일방적으로 취소한 북한에 유감의 뜻을 밝힌 정부는 합의 파기 대응으로 경공업 원자재 및 식량 지원의 축소, 중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운행의 일방적인 취소는 북한의 남북 평화 체제 구축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집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군부의 반발이 무산 이유라면 북한 군은 아직 우리에게 호전적인 게 틀림없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진다면 북한의 되풀이되는 억지 주장은 결국 우리가 자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도 저들의 의사결정 체제가 우리와는 분명 다름에도 치밀하고 냉철하게 대처하지 않고 작은 성과에 너무 호들갑을 떤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번에도 취소의 징후가 이미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설마' 하며 북한 군부의 실체에 태무심했다.

남북관계에서 더 이상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어거지를 써도 어쩔 도리 없이 쩔쩔매는 정부의 모습으로는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어 낼 수 없다. 남북 당국의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된 것은 어찌 됐든 국민을 속인 일과 다르지 않다.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데도 개혁'개방 운운하며 대북한 지원에 열을 올리는 정부를 어떻게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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