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연구비=눈먼 돈?'

지식이 개인과 기업,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이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 것도 물론이다. 하지만 연구'개발비 문제를 싸고 유용이나 배달 사고 등의 말썽이 빈발하고 있다. 그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마치 약을 먹고 박하사탕을 입에 문 것 같은 묘한 감정을 경험하곤 한다. 더구나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비는 국민의 혈세가 아니던가.

○…우리는 얼마 전 황우석 사태로 허탈감에 빠진 바 있지만, 경쟁력의 원천이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따르는 그 같은 함정은 반드시 경계돼야 한다. 그러자면 연구'개발비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집행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고, 연구 책임자의 도덕성 등 내부의 자정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연구과제 선정에서부터 사업이 종료된 뒤까지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농림부가 이미 개발돼 특허 등록까지 된 술의 연구'개발비로 3년간 수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건배주로 썼던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이 문제의 술이다. 이 술은 부산 동의대의 한 교수(현 동아대 교수)가 개발, 이미 2004년 2월 학교법인 동의학원 이름으로 특허 등록됐었다.

○…그러나 2000년에 특허 출원된 이 기술이 다른 제목으로 2003년 3월 지정 신청돼 그해 7월부터 올 7월까지 3년간의 연구'개발비 2억 1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 기술은 2004년 3월 기술 개발사업 참여 기업인 제이엔제이 바이오에 이전, '천년약속'이라는 제품으로 나왔다. 하지만 농림부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연구과제로 지정, 올 2월에야 연구 기간을 5개월 단축하고 2천 100만 원을 회수했다니 기가 찬다.

○…이 연구'개발 관계자는 '같은 내용이었으나 학교는 행정 지원만 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농림부 관계자도 특허 출원 사실을 몰랐으며, 그렇다고 해도 지원이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밝힌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다들 술에 취한 게 아닌가. '연구비는 눈먼 돈'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연구비 지원과 관리 시스템에 도덕불감증부터 제거해야 할 것 같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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