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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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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을 넘어서면 새로운 일이 두렵다. 마음먹기 달렸다고 생각을 다잡아 보지만 막상 부닥치면 힘겹고 벅찬 일이 한둘이 아니다. 겉보기엔 쉽게 보이던 일도 겪어보면 쉬운 일이 없다. 늙도 젊도 않은 중년의 나이에 닥쳐오는 변신에의 고비는 고민과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변신은 멋스런 말이다. 꿈을 안고 있다. 그러나 꿈은 모두 현실로 이어지진 않는다. 장밋빛 꿈일수록 더 그렇다. 한낱 꿈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그래서 부러워하거나 욕심내지 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 한다.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승부를 하는 게 바로 변신의 최우선 조건이다.

내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냄은 인생의 첫걸음에서도 중요하다.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에게 공부, 공부를 다그치다간 부모자식 모두 낙오자가 된다. 내 아이가 지닌 장점과 능력을 찾아주는 일이 교육에 있어 중요한 부모의 몫이다.

새 단체장이 뽑혔다. 모두 다 저마다의 청사진을 그린다. 활로를 찾고 변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설계의 요체는 토양과 환경을 제대로 아는 일에 있다. 지역 살림도 마찬가지다. 내 지역이 지닌 능력과 기반을 먼저 알아야 한다.

아무리 첨단산업의 메카를 외쳐도 준비와 기반이 없다면 헛일이다. 주거 레저 환경 교육 기반이 뒤처져 있고서는 연구소를 차려도 찾아올 두뇌가 없다. 능력 밖의 꿈은 그림의 떡일 뿐 의미가 없다. 대구'경북의 새 단체장이 무엇보다 먼저 고민할 과제는 바로 서울 부산이나 대전 인천을 앞서는 내 고장의 능력과 기반을 찾고 알아내는 일이다.

대구'경북은 교육의 도시다. 지방교육이 푸대접을 받고 있지만 대구의 교육환경은 전국 으뜸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인재가 많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많은 인재들이 하향평가를 받으며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사람은 넘쳐나는데도 키워서 엮어내는 노력을 게을리한 탓이다.

예술도 대구'경북의 수준은 전국 최고다. 한국 화단의 뿌리도 대구며 서울 아닌 이 땅에서 앙코르 공연을 할 수 있는 곳도 대구다. 그러나 변변한 전시관 하나 없는데다 음악 미술 연극 공연과 관련한 일거리는 대구의 차지가 아니다. 무대장치나 조명도 서울 사람이 가져가고 포스터 한 장도 대구에 맡기지 않는다. 너도나도 엔터테인먼트에 몰리지만 정작 예술의 땅은 조용하다.

산업화 시절 대구'경북의 최대 장점은 역동성이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누구라도 포용하는 넓은 마음이 대구'경북의 상징이었다. 포탄에 떠밀려 온 전국 팔도의 피란민을 따뜻이 감싸 내남 구별 없이 나누며 살던 경상도 사람의 역동성이 대구와 경북을 의리의 도시, 패기의 땅으로 알게 했다. 지금은 모두 떠났지만 내로라던 기업들이 대구에서 일어선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그 역동성은 이제 대구'경북의 차지가 아니다. 기형적인 정치환경이 대구'경북의 정치능력을 퇴화시키고, 대구로 하여금 역동성을 잃게 했다. 정치적 소외를 달가워하지 않는 대구'경북은 역동성이 아니라 고조된 흥분으로 한국 정치에서의 현주소를 갖고 있다. 박정희 시대 대구'경북은 열렬한 지지를 보내면서도 견제를 잃지 않았다. 그런 대구가 이젠 뜻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아예 귀를 닫고 산다. 그 결과 나타난 게 바로 쏠림의 선택이다.

쏠림의 정치는 대구를 기반으로 한 특정 선출직에게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행운이지만 당사자인 대구는 찌들게 한다. 이상적으로야 정치와 경제는 따로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이상을 실현해 주지 않는다. 할 말은 하되 남의 말도 들으며 돌아보는 여유를 보여야 남도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쏠림의 선택은 결코 능사가 아니다. 작금의 정치적 선택은 대구'경북이 내세울 자랑거리가 아니다. 잘하지도 못하는 일로 승부를 걸면 결과는 뻔하다. 패배뿐이다. 남보다 나은, 잘할 수 있는 대구'경북의 능력을 찾는 일이 새살림을 맡을 새 일꾼에게 던져진 과제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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