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은 제 인생 전부를 바친 삶의 소중한 공간입니다."
서문시장 제1지구 2층 다열 93호 '동촌댁 주단' 주인 사봉선(70·여) 씨. 그는 45년간 일한 자신의 일터를 이 한마디로 압축했다. 스물세 살에 결혼한 뒤 1년 만에 삶의 전선으로 뛰어든 사 씨는 자신의 집인 대구시 동구 아양교 인근 '동촌'을 따서 지금의 상호명으로 짓고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시장에서 보냈다.
"지나온 세월을 어떻게 말로 하겠능교?" 그러면서도 한숨을 쉬었다. "그 세월 동안 큰불이 네 번이나 났지요. 그래도 잘 버텨왔고 한때 잘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파리만 날리고 있어 안타까워요."
출발은 45년 전 1평 공간이었다. 알뜰살뜰 힘겹게 가정을 꾸리고 있던 도중 9개월 만에 불이 나 몽땅 다 타버렸다. 잿더미만 남은 가게 앞에서 목놓아 울었다. 당시에는 보험도 없어 한 푼 보상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친척들에게 돈을 빌리고 일수 돈을 끌어와서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또 불이 나고, 다시 시작한 게 세 번이나 더 있었다.
"오른손엔 가위, 왼손엔 맞자를 들고 비단, 한복 옷감을 만지는 것도 이제 얼마나 더 할지 모르겠습니다. 5년만 더해 50년을 채우고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 씨가 그동안의 세월을 돌이켜보며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는 것은 1평 공간에서 꿈을 놓치지 않으며 지금은 출가한 아들, 딸과 시동생 둘을 교육시킨 것. "고생이 큰 만큼 보람도 큰 법 아니겠습니까." 그는 말을 아꼈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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