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가가 말하는 내 아이 영어교육] 콩글리시 클리닉

'빵구', '텔레비' 등과 같은 국적 불명의 어휘적 콩글리쉬(Konglish)들은 논외로 하고, 한국어의 음운, 문법, 의미적 특성의 전이 현상에 의해 발생되는 실수들이 있다. 이러한 Konglish를 어떻게 좀 더 표준적인 영어로 고칠 수 있는가를 논의하기에 앞서 살펴보아야 할 사실은 Konglish는 꼭 교정되어야 할 심각한 실수인가의 문제이다.

언어의 제1기능은 의사소통이지 과시나 측정의 대상이 아니다. 설사 내가 사용한 영어가 Konglish일지언정 이를 통해 내 의사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다면 이는 표준적인 영어와 마찬가지로 언어로써의 제 기능을 훌륭히 수행한 것이다.

언어는 학습과 동시에 사용을 통하여 내재화되어야 한다. 영어를 외국어로서 배우는 우리들에게서 완벽한 단계, 즉 모국어 화자와 같은 능력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들에게 언어 실수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다. 영어를 사용할 때 내 발음이 정확했는가 혹은 내 문법이 정확했는가를 걱정하기보다는 내 의사를 제대로 전달했는가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결국은 표준적인 영어를 더 빨리 습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Konglish가 정말 우리의 숙명이라면, 우리는 그냥 조각 영어라도 그대로 사용하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 그 조각 영어라도 사용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학습이 그러하듯이 습득의 단계에서 좀 더 체계적이고 계획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인 언어 습득이 가능하다.

먼저 영어 발음과 관련하여 살펴보자. 영어의 발음과 관련된 실수는 문법적 실수보다 훨씬 심각한 오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오류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내 발음을 통해 상대방이 내가 발화한 단어 또는 문장을 이해했는가에 의해 판단된다. 한국인의 전형적 발음 오류는 단어의 습득 단계에서 실제 발음을 습득한 것이 아니라 단어의 철자에 따라 재해석한 발음을 암기하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opera라는 단어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오페라'라고 발음한다. 그러나 실제 발음은 '아:퍼라'에 가까운 소리로 발음된다. 영어의 철자 즉 스펠링(spelling)은 실제의 발음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단어를 학습할 때는 원어민의 실제 발음을 참조하거나, 사전의 발음기호에 따라 그 음을 정확히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음과 관련한 또 다른 실수는 한국어의 음소 체계를 통해 영어의 발음을 습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는 face의 첫 음, 즉 [f]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한국어의 'ㅍ'과 같이 발음한다. 이때 청자는 그 발음을 face가 아닌 pace로 이해하게 된다. 한국인에게서 흔한 또 다른 실수는 [l]음과 [r]음의 구분이다. 한국어에는 이들 비슷한 음들이 존재하지만 두 음 모두가 동일한 음으로 인식된다. 즉 한국어의 'ㄹ'음은 모음 사이에서만 [r]과 비슷하게 발음되고 다른 경우에는 [l]음으로 발음된다.

개별 음과 관련한 오류 이외에도 영어의 강세는 한국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자,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어와 달리 영어에서는 다른 곳에 강세를 찍는 경우 청자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영어에서 강세가 단어의 의미를 변화시킬 만큼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어를 학습할 때는 정확한 음과 아울러 그 강세의 위치를 반드시 함께 습득해야 한다.

영어 사용의 오류는 실제 영어 발음, 실제 영어 문장 등을 많이 접하는 것과 아울러 효율적인 학습 전략의 수립 등을 통해 극복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Konglish의 극복은 Konglish사용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 즉 적극적이고 대담한 언어 사용 습관을 견지하는 것과, 영어를 항상 사용하고 접하는 환경을 내 주위에 구축하는 것이다.

최인철(경북대 영어교육과 교수)

※이 글은 한국영어교육연구회와 대구작가콜로퀴엄이 진행 중인 월요 시민 영어 강좌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특강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대구 교보문고 10층 강당에서 열립니다. 다음 주(7월3일)에는 김정렬 한국교원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해외 어학연수 허와 실'에 대해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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