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스라엘 '피랍 병사 구출' 무력시위 계속

살얼음판을 걸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불안한 동거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와 이 병사를 구출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군사작전으로 완전히 깨질 위기에 놓였다.

이스라엘은 28일 가자지구에서 이틀째 지상공격과 공습을 계속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였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여성과 미성년 재소자 석방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공세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자위권이 있다."며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나선 반면 아랍권과 이슬람권은 일제히 이스라엘을 규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힘 겨루기를 놓고 국제사회 여론이 양분되고 있다.

◇이스라엘 이틀째 무력시위 = 이스라엘 군은 27일부터 가자지구에 공습을 가해 주요 교통로인 교량 3곳과 발전시설 1곳을 파괴한 데 이어 28일에는 가자지구 남·북부의 개활지에 대한 공습과 포격을 계속했다.

이스라엘 군은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라파 국경 인근의 가자공항을 점령해 작전통제소를 설치했다.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국경에서 가자지역 안쪽으로 약 2㎞ 지점까지 지상군 병력이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이 일부분이긴 하지만 가자지구를 점령한 것은 지난해 9월 아리엘 샤론 전 총리의 팔레스타인 분리정책에 따라 이곳에서 정착촌과 주둔병력을 철수시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스라엘 공군은 또 초음속 전투기를 저공비행시켜 유리창을 깨뜨릴 정도의 굉음으로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소음공격'을 퍼부었고, 후방에 배치된 이스라엘 포병들은 가자지구에 위협포격을 가했다.

이날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가자 남부 칸유니스에서 수류탄이 터져 팔레스타인인 2명이 죽고 7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라엘은 칼리드 마샤알이 이끄는 하마스 망명지도부를 보호하고 있는 시리아에 전투기를 출격시켜 위협비행을 하는 무력시위도 펼쳤다.

이스라엘 TV는 4대의 전투기가 이날 새벽 지중해 연안에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여름 관저 주변 상공을 저공비행했다며 아사드 대통령은 당시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계획은 없지만 팔레스타인 재소자 석방 없이 지난 25일 납치된 길라드 샬리트 상병을 구출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 군사작전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팔'무장세력 추가 납치로 대응…하마스는 무장세력 입장 지지 = 샬리트 상병을 납치한 것으로 알려진 인민저항위원회(PRC), 이슬람군, 이제딘 알-카삼 여단 등 3개 단체는 45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 여성과 미성년 재소자를 이스라엘이 석방하지 않으면 샬리트 상병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 지도부는 처음으로 무장단체들에 샬리트 상병을 해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무장단체들의 요구가 정당한 것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하마스 내각의 나세르 샤이르 부총리는 샬리트 상병의 목숨은 팔레스타인 쪽이 아닌 이스라엘 측의 정치적 결정에 달려 있다며 이스라엘의 공세가 무사석방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지 하마드 하마스 내각 대변인도 이스라엘 공세를 정당화될 수 없는 '군사적 광기'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이 새로운 유혈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팔레스타인 와파(WAFA)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PRC가 이스라엘이 공세를 멈추지 않으면 요르단강 서안에서 추가로 납치한 이스라엘 대학생 엘리아후 아셰리(18)를 살해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다른 무장단체인 알-아크사 순교자 여단은 62세의 이스라엘 정착민을 또 납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세 관련 국제여론 양분 조짐 =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해 교량과 발전소를 파괴한 것을 비판하지 않은 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조하고 나섰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하마스에 의한 납치와 공격이 현 가자지구 사태를 촉발했다."며 "이스라엘은 자국과 자국민의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슬람권과 아랍권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비난하면서 이번 사태에 유엔 등이 중재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카타르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국제법과 인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폭력의 악순환을 끝낼 수 없는 이런 무법적인 일에 대해 국제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본부를 둔 세계무슬림연맹(MWL)은 유엔과 아랍연맹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알-자지라 방송 회견에서 이스라엘 군의 가자지구 공격을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집단제재로 단정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인질은 석방돼야 한다고 밝힌 국제앰네스티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발전소를 파괴해 가자 주민의 절반이 전기를 쓰지 못하게 됐고, 이로 인해 수돗물 공급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무차별 파괴공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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