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중·고교 때까지 그림 그리는 시간이 가장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타고난 손재주와 색에 대한 감각이 없었는지,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선생님이 조금만 지도해주면 곧잘 그렸는데 내가 그린 그림은 정말 괴상하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원부터 받은 기능에 치우친 미술교육이 성인이 되어 미술작품을 관람하고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고교나 대학에서 전공을 하기 전까지의 미술교육은 예술가를 양성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미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교육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실에서의 실기와 이론 위주의 교육보다는 수업이 없는 날을 택해서 미술관과 화랑에서 실제 작품을 감상하거나, 환등기나 빔 프로젝트를 통해서 예술작품을 관람하고 감상문을 쓰게 하는 것이 좀더 실제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 될 것이다.
유아기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재미있고 개성적인 것들이 많은데 막상 제도권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 개성과 창의성은 사라지고 정형화된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미술교육은 개성을 존중하고 예술적 재능을 발굴하고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장에 있는 미술 교사들의 열린 교육철학과 마인드가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해방 이후 오랫동안 권위주의 정권과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통치하기 쉬운 순응형 인간, 표준형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들이 진행되어 왔는데 그 결과 타인과 다른 사고를 하고 다른 삶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비개성적인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사진을 지배해온 이른바 '공모전 사진'을 하는 사람들이다.
예술가는 정해진 답에 따라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 자기 답을 만들어야 한다. 예술은 보편적인 사고와 상식을 바탕으로 행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스스로 만든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한 비평가와 대중들의 평가는 2차적인 문제이다.
그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진솔하고 자유롭게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다 보면 설득력과 당위성을 갖게 되고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기존의 형식은 또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에 의해서 밀려나게 됨으로써 예술은 항상 새로움을 유지하게 된다.
한국사회도 민주화, 세계화, 현대화 과정 속에서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젊은 세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문화, 예술은 현재보다는 좀더 풍요로워지고 성숙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부터의 제도권 미술교육은 새로운 세대들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데 좀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김영태 현대사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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