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헌절 앞둔 정치권…'개헌론' 점화되나

與 '군불때기' 작업…한 "관심없다" 냉담

제58주년 제헌절을 맞은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껏 주변부에서 변죽만 올려온 개헌논의이지만 헌법 문제가 재조명을 받는 제헌절을 '모멘텀'으로 삼아 새롭게 탄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여권을 중심으로 제헌절을 겨냥해 조기 개헌논의를 적극 추동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개헌 저지선인 국회의석 3분의 1 이상을 확보한 한나라당의 '외면' 속에서 당장의 공론화는 여의치않아 보인다.

그러나 정기국회 종료후 정국 최대 화두로 떠오를 '새판짜기' 움직임과 맞물려 개헌논의는 벌써부터 본격 점화를 위한 예열단계에 들어선 느낌이다.

◇재시동 거는 국회의장 = 현재 개헌 논의의 최대 동력은 임채정(林采正) 국회의장이다. 지난달 19일 취임하자 마자 "21세기 맞는 헌법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창한 임 의장은 제헌절을 계기로 적극적인 공론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의장의 한 측근은 "제헌절을 맞아 국회를 중심으로 한 헌법연구가 시급하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장 직속기구로 각계 인사들이 두루 참여하는 개헌논의 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제헌절이 질서있게 개헌논의를 시작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與 '군불때기' = 정치권 내에서도 개헌논의를 재촉하는 움직임이 그 어느때보다도 활발하다.

무엇보다도 여당이 견인차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의장이 지난 14일 라디오방송에서 "대통령 단임제는 헌법적 결함"이라며 4년 중임제만을 도입하는 내용의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다.

우리당 초선의원들이 주도하는 '헌법포럼'은 지난달 26일 학계인사들을 초청해 개헌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적극적이다.

정치권 밖에서도 개헌논의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는 지난 6일 정계와 학계, 언론계, 문화계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개헌토론회를 개최했다.

◇한 '시큰둥'...공론화 미지수 = 이처럼 개헌논의를 해보자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이 높다.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합의가 여의치 않다. 여당의 적극적 태도와는 달리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개헌논의에 관심없다"며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개헌 논의에는 일절 응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유력대권 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역시 현 정부내 개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야의 입장차는 대선을 앞둔 정치적 이해와 맞물려 있다. 5.31 지방선거에 참패한 여당으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판을 흔들어 다시 짜야하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유리한 대권고지를 선점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이에 응할리 만무한다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개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지 않고 사회적 의견수렴과 국민투표 절차에 걸리는 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점도 개헌논의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정계개편 향방이 변수 = 그러나 개헌 논의는 언제, 어떤 식으로든 불이 붙을 수 있는 정국 최대의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실현가능성보다도 논의 자체가 정계개편의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책과 노선 뿐만 아니라 개헌에 대한 찬반입장을 기준으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여당으로서는 정국의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개헌논의의 불을 지피는 작업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헌에 대한 찬반입장을 중심으로 반(反) 한나라당 구도를 형성하는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내부의 파워게임이 변수다. 유력 대권주자들 모두 조기개헌 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얼마든지 유동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학구도의 변화에 따라 당내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들이 개헌을 명분으로 정계개편 논의를 주도하거나 흐름에 편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 건(高 建) 전 총리측도 개헌논의의 중요한 축으로 보인다. 특정한 정치세력을 갖추지 못한 고 전총리로서는 개헌논의를 매개로 정치권의 판을 뒤흔들려고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역시 정계개편 논의를 앞두고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개헌논의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정치권내에서 개헌 논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논의의 폭은 '최소한'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특히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의 주기를 통일하고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전개될 것이란 예상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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