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마표 '삼계탕'으로 삼복더위 이겨볼까

현대인의 새로운 세시풍속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복날(초복 20일, 중복 30일, 말복 8월 9일)이 다가왔다. 현대 들어 점차 잊혀지는 단오, 정월대보름, 동짓날 등과는 달리 복날을 찾는 이들은 점차 더 많아지고 있다. 수박 한덩이를 사들고 부모님 뿐 아니라 신세진 분들을 찾아가는 것도 복날이요, '삼계탕 먹고 힘내세요' 류의 문자 메시지가 오가는 것도 복날 풍습이다. 복날 대표음식 삼계탕은 이미 한국을 넘어 음식 한류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는 '젓가락을 갖다대면 껍질이 벗겨지고, 살이 뼈에서 떨어져나와 쫀득쫀득하고 하얀 덩어리로 변한 찹쌀과 함께 스프 속에 녹아드는데, 그 녹아내림이 그냥 그대로 행복으로 변해버리는 음식'이라고 극찬했으며, 중국 장예모 영화감독은 삼계탕을 '진생 치킨스프'라며 부르며 한국에 올 때마다 먹는다. 올 여름 복더위도 삼계탕으로 다스려보자.

◇ 한국민의 소울 푸드 삼계탕

삼계탕은 보양식일 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며, 계절적으로 참기 힘든 무더위를 지혜롭게 넘어가게 하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soul food)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의보감에는 "닭고기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오장을 안정시키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고 되어있다. 따라서 삼계탕은 여름철이면 울창하게 피어나는 나무나 풀처럼 몸의 양기가 모두 몸의 표면으로 나와 찬기운만 남은 속을 덥혀주어 더위와 싸울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따라서 삼계탕은 단순히 음식이 뜨거워 한번 땀을 흘리고 먹는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열흘 간격으로 세번 맞게 되는 복날이면 삼계탕 집은 줄지어 설 정도로 만원사례를 보이는데, 한번은 집에서 직접 삼계탕을 끓여도 좋을 것 같다. 요즘은 가정에서도 다양한 한방 재료를 활용한 삼계탕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삼계탕을 끓일 때는 풀어서 키운 토종 시골닭이 좋지만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은 낮아서 이상적이지만 요즘은 그런 닭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놀토에 대구 인근 오일장에서 시골닭을 살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장에서 생닭을 사서 쓰면 된다. 삼계탕은 거의 4.0kg 정도 되면 제맛이 난다. 요즘은 ISO9001 품질인정을 받은 닭까지 나오고 있으니 골라 사면 한결 낫다.

◇ 엄마표 황기 삼계탕 어떠세요?

집에서 만드는 음식일수록 재료가 신선해야한다. 복날 하루 전날은 생닭이 품귀 현상을 보이는 수도 있으므로 하루 정도 더 먼저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어도 괜찮다. 가정에서 간단하게, 또 맛있게 먹으려면 황기를 넣은 삼계탕이 권할만하다. 수삼과 함께 여름철 사랑받는 황기는 몸이 허하여 땀이 많이 날 때, 기운이 없고 몸이 붓는 경우에 효과적이고, 수삼에 비해 가격이 싸다.

6월산 황기 한뿌리를 깨끗하게 씻고, 전날 녹두와 찹쌀을 씻어 충분히 불린다. 간편하게 하려면 한꺼번에 황기, 대추, 마늘, 녹두, 찹쌀을 생닭과 함께 넣고 40분 정도 끓이면 되지만 맛깔나게 하려면 찹쌀과 녹두를 닭의 배에 넣고 꼬치로 꽂아서 흘러나오지 않게 한다.

응용법으로 오가피나 음나무를 같이 넣으려면 미리 한약재를 큰 솥이나 남비에 넣고 끓여낸 물로 삼계탕을 끓이면 된다. 삼계탕용 한방 재료는 시장이나 할인마트 등에서 한번 끓일 만큼 소포장으로 파는데, 5천원 내외이다. 삼계탕용 동충하초까지 나오고 있다. 주의할 점은 한약재를 너무 많이 넣으면 진한 한약냄새 때문에 삼계탕 고유의 맛이 자칫 감소되기 쉬우니 잘 조절해야한다. 최근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음식박람회에서는 지역의 요리연구가가 출품한 뽕나무 삼계탕이 눈길을 끌었으며, 요즘은 삼계탕을 직접 끓이지 않아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 삼계탕도 있다. 9천원~1만원 정도면 한방 삼계탕을 먹을 수 있다. 2만원이 넘는 즉석 삼계탕은 산삼배양근으로 만든 것이고, 1만원 대의 유기농 삼계탕까지 등장했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도움말 사진협조:동구청 지정 모범업소 대구삼계탕 이영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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