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비자를 얻기 위해 요르단으로향하던 이라크 태권도 선수단 17명이 납치된지 2개월째 소식이 끊겨 가족들을 애태우고 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개월전 요르단 암만으로 건너가 미국 비자를 얻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겠다며 GMC 택시 2대에 나눠타고 사막을 건너던 청소년 대표 선수와 코치 등 모두 17명이 국경에 다다르기 전에 실종됐다는 것.
이라크 국가대표 4명이 포함된 이들이 실종된 지역은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인근에 수니파가 장악하고 있는 사막지대로 추정되고 있으며 대부분 시아파 거주지역인 사드르시 출신이다. 연락이 끊긴 직후 납치범들이 10만 달러를 요구한다는 소문이 잠시 나돌기도 했지만 이후로는 어떤 요구 사항도 접수되지 않고 있는 등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태권도협회의 자말 압둘 카림 회장은 최근 "하루에도 우리는 20개 이상의소문을 듣는다"고 말했었는데, 카림 회장 역시 15일 아흐메드 알 사마라이 이라크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과 함께 납치된 상태다.
현재 주변에서 여러 소문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17명 모두 참수돼 사막에 묻혔다는 소문도 있고 발각되지 않도록 2주일 마다 장소를 옮긴다는 소문도 있으며 이라크올림픽위원회 관계자가 10만 달러를 건넸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거나 라이벌태권도 단체의 소행이라는 소문 등도 파다하다.
특히 선수들에게 꿈을 이루라며 끊임없이 독려하고 이번 미국행을 제안했던 재미동포 남성복(61)씨의 슬픔은 남들보다 더하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살다 이라크 전쟁 발발 직후 건너와 바그다드 외곽 미군기지 캠프 빅토리 인근에서 티셔츠 가게를 운영하며 이라크 체육 발전을 돕고 있는 태권도 8단의 남씨는 "2004년 올림픽 준비도 지원했고 태권도 선수단과 아시아, 유럽으로 함께 다니기도 했다"며 "수개월전 사드르 시의 일부 선수들이 찾아와 외국에서, 특히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가 없느냐고 물었는데 내가 어떠한 길이 있는 지를 보여주면 그들이 노력해 찾아가곤 했었다"고 말했다.
납치된 라술의 사촌인 자인 알리 카눈씨는 "요즘 전쟁이 한창인 라마디 지역에서 100여구의 사체가 바그다드로 옮겨졌고 이중 10구는 체육복을 입었다는 소식에 달려갔지만 태권도팀은 아니었다"고 말했고 실종된 하이다(24)의 아버지인 자바르 하노운씨는 "1시간만 떠나도 함께 움직였는데 50일 이상 보지 못하고 있다"며 낙담해 있다.
한편 이라크에서 스포츠 관계자들이 점차 테러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테니스 코치와 선수 2명이 외형상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입지말라는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살해됐고 6월에는 가라테협회 사무국장이 살해돼 바그다드 남동쪽 강가에서 발견됐다. 카림 태권도협회장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스포츠가 이라크를 단합시키고 발전시킬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청소년들로 하여금 스포츠를 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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