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범람 위험에 낙동강 주변 주민들 '전전긍긍'

"밤새 빗줄기는 약해졌지만 점점 불어나는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만 타들어갑니다."

17일 아침, 낙동강과 이웃해 있는 대구 달성군 구지면 오설리 주민들은 쉼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직까지 범람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낙동강 수위가 상승, 잠을 이울지 못할 지경이라는 것.

이 마을 방규복(50) 이장은 "매년 이맘 때면 되풀이되는 걱정이지만 올해는 너무 일찍 찾아온 것 같다."며 "몇 시간 후엔 마을주민 모두를 지대가 높은 마을 회관 2층으로 대피시켜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달성군 다사읍 죽곡2리 주민들도 가재도구를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부분 주민이 식당을 운영하는 이 마을은 지대가 낮아 여름 큰비만 오면 낙동강물이 제집 드나들듯 했다.

주민 김인태(52) 씨는 "이번에는 낙동강 상류지역에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임하댐까지 수문을 여는 등 상황이 더 심각할 것 같다."며 "일단 1층 식당의 가구 등을 2층으로 피난시킨 뒤 주민들도 산 위로 대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주일전 태풍 에위니아 때문에 농경지 침수 피해를 입었던 금호강변 주민들도 노심초사다.

금호강 한가운데 위치한 대구 북구 노곡동 섬뜰 마을 주민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지난 10일 태풍으로 전체 농경지의 80%가 물에 잠겼던 마을주민들은 16일 오후부터 17일 오전까지 마을 입구 잠수교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78가구가 배추, 상추, 시금치, 쑥갓 등을 재배하는 섬뜰 마을은 집중호우에 무대책이라 늘 침수피해가 잇따르는 곳. 17일 오전 현재 잠수교 바로 아래 1m까지 물이 차 올라 조금만 비가 더 내리면 마을 논밭으로 밀려들 지경이라고 했다.

김종대 영농회장은 "농작물 특성상 한번 물에 잠기면 모두 버리는 수 밖에 없다."며 "제발 비가 멈추기를 기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장마전선의 남하로 대구·경북 지역엔 17일 오전 5시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이틀 동안 많은 비가 내리면서 낙동강 수위가 급상승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에 따르면 17일 오전 7시 40분 현재 낙동강 현풍지점의 수위는 6.47m. 이 지점 경계수위 11m, 위험수위 13m에는 아직 미치지 않지만 낙동강 상류 지역에 여전히 비가 내리고 오전 2시부터는 임하댐이 수위조절을 위해 방류를 시작해 하류 지역의 낙동강 수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달성군 재난안전관리과 한 관계자는 "17일에도 지역에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돼 낙동강 수위가 계속해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낙동강 인근 주민 대피는 물론 배수시설 가동 등 낙동강 범람을 대비한 재해예방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금호강의 경우, 대구 동구 아양교지점 수위가 오전 9시 현재 3.9m로, 아직 경계수위(5.5m)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물이 계속 붇는 상황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고 대구 동구청은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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