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전만 해도 그냥 건넜던 길인데…. 물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16일 오후 5시 20분쯤 우모(63·경북 경산시) 씨는 대구 동구 백안동 한 식당에서 계모임을 마치고 계원 김모(64) 씨와 함께 승용차를 몰고 대구시내쪽으로 나가던 길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자주 다니던 길이었고 바로 몇 시간전 왔던 길이었다.
갓바위에서 공산댐으로 내려가는 개울물의 물살이 조금 세다고는 느꼈다. 개울가 뚝을 지나 동구 백안 삼거리와 갓바위쪽을 잇는 조그만 다리로 차를 올렸다. 폭 15m의 다리를 반쯤 건넜을까. 물살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차량 바퀴를 살짝 덮던 물살은 갑자기 사나워지며 차량 앞부분에서 확 치솟으면서 차를 덮쳤다. 동시에 시동이 꺼졌다. 다시 시동을 걸어도 꼼짝하지 않는 자동차.
개울 위에서 두사람은 '고립무원', 움짝달싹 할 수 없었고 차는 거센 물살에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20초 정도 지났을까. 차체가 떠내려 가는 느낌이 왔다. 결국 차는 다리위를 벗어나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여기서 60평생을 마감하는구나." 두 사람은 절망에 빠졌다. 몇m를 떠내려가던 자동차. 갑자기 쿵하며 무엇인가에 걸렸다. 천만다행이라는 글자는 더 이상 사전속의 단어가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부근에 봉긋 솟은 시멘트 더미가 모였다. 1평도 채 안됐다. 두 사람은 있는 힘을 다해 차에서 빠져나와 시멘트 더미에 몸을 맡겼다. 그런데 구조를 요청할 방법이 막막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비가 조금만 더 오면 이 시멘트 더미도 물살이 덮칠텐데. 휴대전화는 이미 젖어 못쓰게 된 상태.
몇 분이 지났을까. 경찰관 두 명이 눈에 들어왔다. 순찰중이던 대구 동부경찰서 공산파출소 경찰관들. 있는 힘을 다해 "살려달라."고 외쳤다.
때마침 갓바위에서 내려오던 사람들도 가던 길을 멈췄다. 주변을 지나던 최상일(39) 씨가 차를 세웠고 최 씨는 자신의 차량에서 등산용 로프를 꺼내 두 사람에게 던졌다. 허리춤에 로프를 묶은 두 사람은 경찰관들과 최 씨의 도움으로 결국 뭍으로 나왔다. 차가 물에 휩쓸린지 2시간 30분만이었다. 악몽은 그렇게 지나갔다.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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