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따로 나는 새부터 잡아라

기러기 떼가 하늘을 날아갈 때는 삼각형 모양으로 줄지어 날아간다. 혼자서 날아가기보다 무리지어 나는 것이 훨씬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조류학자들에 의하면 삼각형 편대로 날아갈 경우 공기 저항을 덜 받고 상승 기류에 의해 71% 정도 더 오래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맨 앞에서 날아가는 새는 공기 저항 때문에 힘들고 쉽게 지치지만 뒤따르는 새들은 앞장선 새가 날아간 뒤 공기 저항이 줄어든 사이로 날기 때문에 덜 지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맨 앞에서 나는 새가 얼마 동안 날아가다 지치면 다른 새가 교대해 준다. 고통과 노동의 공평한 분담인 셈이다. 거기다 함께 날아가는 동안에는 울음소리 같은 소리를 낸다.

서로를 격려하고 맨 앞에서 힘들게 이끌고 가는 동료에게 힘을 돋워 주기 위한 격려의 합창이라는 거다. 한두 마리가 대열을 이탈해서 제멋대로 따로 날게 되면 공기 저항 효과가 떨어져 대열의 속도가 떨어지고 모두의 힘이 부치게 된다. 만약 도중에 체력이 떨어져 낙오하는 새가 있으면 반드시 동료 새 몇 마리가 같이 땅으로 내려와 몸이 회복되도록 도와준 뒤 다시 기운을 되찾으면 뒤따라 대열에 합류시킨다. 코드가 안 맞다고 버리지 않는다. 분열과 갈등보다는 포용과 화합으로 참고 날아가는 합리적인 공존을 깨우치는 기러기 행렬이다.

더불어 사는 사람의 삶에도 기러기 행렬처럼 이웃과 함께 일정한 '질서'와 '선'을 따라 화합하고 도우면서 갈 때 멀리 그리고 쉽게 나아갈 수 있다. 요즘 갈수록 거칠어지고 저마다 질서도 선도 없이 제멋대로 설쳐 날아다니는 듯한 사회를 보면서 새보다도 못하다는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웃나라 자동차회사가 50년 무파업으로 쉼없이 일사불란 줄지어 앞서 날아갈 동안 우리 쪽은 '자본가들은 개나 소나 모두 나쁜 놈들'이고 '뼈 빠지게 일하는 우리(파업 자동차 노동자)는 4천500만 원밖에 못 받는 게 씁쓸하다'며 12년째 한 해도 안 거르고 파업이다.

평균연봉 4천500만 원이 불만이라서 파업이라니. 그들보다 절반의 임금도 못 받는 부품회사나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겐 한마디로 배부른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보다 더 못한 비정규직 근로자들, 수많은 젊은 '이태백'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래서 네티즌들로부터 '이제부터 현대차 안 타고 일제 차 타겠다' '공장 문 닫고 해외로 이전해 가 버려라' '다 잘라 버려라. 배곯아 봐야 정신 차린다'는 빗발 같은 화살을 맞고 있는 소수 '귀족 노동자들'.

포스코라는 국가 기간산업장을 불법 점령한 채 수백억 원의 손실을 끼치며 국가신인도를 흠집 내는 질서 파괴와 線(선)의 이탈을 주동하는 '민주'한다는 소수 과격파들.

정부가 준 성과급의 차액이 많아졌다는 말 같잖은 이유로 한 달 넘게 농성시위하는 명색 교육자라는 소수 전교조 사람들, 생산성 향상'경쟁력 제고, 시민 통행 불편 같은 크고 작은 공익과 지켜야 할 선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다들 제멋대로 까마귀떼 날듯 어지럽게 날고들 있다. 제 몫 챙기는 투쟁과 갈등 속에서 기러기떼 같은 단합된 삼각형 대열이 나올 수가 없다. 공동체 대열의 효율이 떨어지니 당연히 앞으로 빠르게 나아갈 리가 없다. 세상과 사회 시스템이 정체되고 뒷걸음질치게 되는 것이다.

한두 마리 제멋대로 나는 새를 단호하게 낚아채 빼 버리면 삼각 대열이 지켜지겠지만 이 정권은 그런 일에 손 놓은 지 오래돼 보인다. 부추기고 조장 안 하면 다행이다. 단호해야 할 곳에 물러터졌고 포용하고 손잡고 가야 할 일엔 과거 캐내고 코드 따라 물먹인다.

북한'전××'민주××에겐 물러터졌고 보수언론'시민단체'지식인에겐 '수구꼴통'해가며 살얼음판 만드는 거 이젠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 대열 이탈 새들을 잡아내지 않고는 이 나라는 희망 있는 먼 미래로 멀리 빨리 날아가지 못한다. 입술 개혁보다 제멋대로 나는 새부터 잡아라.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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