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외국인이 본 한국의 비즈니스

신문사로부터 경제칼럼을 기고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처음에는 과연 외국인으로서 무엇을 써야할 지 여간 고민스럽지 않았다. 매일신문은 지역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매스미디어이고, 독자들은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를 필자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 이 칼럼이, 독자들로 하여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 흥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 즉 한국의 비즈니스맨들이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서양인 경영자를 보다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름대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있는 그대로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모두가 잘 이해하고 있듯이 경영인으로서, 특히 목적이 정의되고 정량화 되어 있을 때 자신의 문화로부터 다른 문화를 적용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비즈니스맨은 끊임없이 판매와 수익, 프로젝트, 제품개발, 서비스, 인력개발 등의 목표 달성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들 목표는 경영진에 의해 미리 정해지고 도전을 부여받은 것들이다. 어쨌든 서양과 한국의 경영 스타일의 차이는 엄청날 뿐만 아니라 문화, 전통, 언어, 음식, 풍속, 에티켓 등과 같이 다양한 다른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경영을 하는 외국인의 경험은 그 사람의 비즈니스 경력에 가장 흥미있는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리더…'와 '관리자….'

우선 한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가 조직내의 나이, 근속년수 등과 같은 연공서열적 요소가 조직의 고위직에 올라가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서양에서는 그 사람의 기능이나 능력이 중요하지, 나이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닌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또 흥미로운 것은 많은 한국 관리자들은 고참이 되고 진급을 하면 그의 일상의 기여도와 역할이 줄어 들고 그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더 많은 다른 이들의 수고와 경험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작은(lean) 조직을 추구하는 서양의 경향과도 많이 다르다. 한국 관리자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전략적 계획이나 일반적인 정책의 의사결정이 주요 업무가 되고, 매일의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책임들은 부하 직원들에게 떠넘겨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매일의 일상적인 업무와 책임에 깊이 관여하는 서양의 관리자 스타일과는 매우 다르다.

또 다른 한국 관리자의 특징으로 그의 관심을 끌거나 만나기가 더욱 어려워 진다는 것이다. 연공과 직위는 많은 경우에 관리자의 주의를 사로잡는 '필수 요소'가 되곤 한다. 한국에서는 명함에 적힌 직위가 비교되며, 오직 비슷한 직위들간에만 커뮤니케이션을 용이하게 하곤 한다.

놀라운 일은 한국인 관리자들의 권위는 아마도 지난 수백년에 걸쳐 내려 온 한국 사회에서의 '존경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문화적 전통으로 조직 구성원 모두가 헌신하고 규율이 지켜지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관리자들의 권위의 기초가 되는 것 같다.

어떻든 조직에 헌신하고 주어진 목표를 즐기는 한국의 관리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 무엇보다도 그들의 성공을 지켜 보는 것은 참으로 멋진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관찰은 순전히 필자의 주관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아마도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내 회의 방식과 연공서열주의와 같은 한국의 경영문화는 나에게 흥미로운 경험이기도 하다.

모셰 샤론 대구텍 대표이사

■ 모셰 샤론

▷이스라엘 태생(1948년) ▷세계적 절삭공구기업 이스라엘 IMC그룹 이스카(Iscar)사 입사(1981년) ▷대구텍㈜ 대표이사 취임(2001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