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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어머님의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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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투 도어 냉장고 옆에 구닥다리 작은 냉장고가 붙어있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여 16년 만에 작은 단독 주택을 사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싼값의 냉장고를 사려고 교동시장 전자 상가를 돌아다니며 신형 대용량의 투 도어 냉장고를 사야 된다고 고집을 부리는 집사람과 결혼하고 처음 부부싸움을 하였다.

이사하는 날, 시골에 계시는 어머님께서 찰밥 한 솥과 백편을 준비하여 어렵게 찾아오셨고 오후 집 정리가 어느 정도 될 즈음 냉장고가 왔다.

집사람은 냉장고가 작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트집을 잡았고 어머니와 한편이 되어 결국 돌려보내고 말았다.

이튿날 퇴근하고 오니 집사람이 눈독을 들이던 대형 냉장고가 좁은 부엌에 많은 면적을 차지하며 설치가 완료되어 있었고, 어머니는 황급히 나의 팔을 이끌고 안방으로 데리고 가시더니"나를 봐서라도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하시며 신신당부를 하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대형 냉장고 가격의 부족분을 어머님께서 충당하셨다고 하였다.

며칠 후 집사람은 '시골 어머님께 냉장고 사드리기 계획'을 세웠고, 집사람은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을 시작했고 나 또한 새벽에 신문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년이 넘게 열심히 일한 우리는 어머님께 작은 냉장고를 사 드리게 되었고 어머님께서는 사람만 오면 냉장고 자랑을 하셨다.

세월이 흘러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고 짐 정리를 하면서 구닥다리 작은 냉장고를 우리 집으로 가져오는데 반대하는 식구는 하나도 없었다. 한여름 집사람이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내의를 꺼내주면 그 시원함이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처럼 가슴에 스미어 온다. 비록 손님에게는 너무나 어색한 제구실을 하지 않는 구닥다리 작은 냉장고지만 어머니가 생각나면 한 번씩 만져본다. 어머니의 손때를….

정해오(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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