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박방희 作 '매미 사랑'

매미 사랑

박방희

나무에 눌러 붙어 매미가 운다

귀 막고 눈 막고 푸를 뿐

나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떼쓰는 아이처럼

매미는 더욱 시끄럽게 운다

매미 울음 뜨겁고 애절해

마침내 빗장 풀어 가슴 연 나무

매미 소리 안아 들인다

이제 여름내 우는 건 나무이다

나무의 푸른 울음뿐이다

어쩔 것인가, 가령

한 계집이 한 사내에 와서

저토록 절절하게 울어 쌓는다면

돌 같은 그 사내 팔 벌리고 가슴 열어

마주 안아 울지 않고 어쩌랴!

그로 인해 단풍 들고 낙엽 져

겨울이 온다한들 어쩌랴!

인간의 언어는 진실된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언어인 '울음'을 가졌는지도 모릅니다. '매미 사랑'은 사랑의 대상인 '나무'에 '눌러 붙어' 마냥 울음 우는 것입니다. 진실 그 자체를 전하는 것이지요. 마침내 '매미 사랑'에 감복한 '나무'는 '매미 소리 안아들'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감복시키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진실'인 것입니다. 인간의 사랑도 '매미 사랑'처럼 진실하여 '울음'으로 그 마음 전한다면 '돌 같은 그 사내 팔 벌리고 가슴 열어/ 마주 안아 울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이 시대의 사랑은 '매미 사랑'처럼 한 생(生)을 울음우는 사랑과는 자꾸만 멀어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지요.

구석본(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