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조상호(30·대구 북구) 씨는 요즘 하늘만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몇 달 전부터 준비했던 휴가 계획이 끝모르는 장마 탓에 엉망진창이 됐기 때문.
지난 23일 머드축제가 열리는 충남 대천 해수욕장까지 몇 시간을 달려갔지만 기대와는 달리 축제 장소는 썰렁하기만 했다. 조 씨는 "1년에 한번 밖에 없는 여름 휴가를 망친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가족들과 함께 울릉도를 찾으려 했던 이영수(40·대구 수성구) 씨도 실망하긴 마찬가지. 끝날 줄 알았던 장마전선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결국 피서를 포기할 판이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어렵사리 휴가 기간을 맞춘터라 실망은 더욱 크다고 했다.
이 씨는 "7월 말이면 장마가 끝난다는 예보만 믿고 마음을 놓고 있다가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다."며 "당장 행선지를 바꾸기도 힘들어 그냥 가까운 실내수영장이나 가기로 했다."고 허탈해 했다.
장마가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피서행렬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었지만 끝나지 않는 장맛비 탓에 휴가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것.
여름특수를 기대했던 관광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이미 지난 주 예약의 절반 이상이 취소된데다 오는 26일부터 다시 장마가 계속된다는 예보가 나오고 있어 매출격감이 우려되는 상황.
경북 동해안은 지난 7일 포항 북부해수욕장을 시작으로 14일까지 포항·울진·영덕 등 해수욕장 28곳이 일제히 개장했지만 해수욕장마다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대구 K관광 관계자는 "개인 패키지 여행의 경우 주로 제주도와 울릉도, 홍도, 흑산도 등 섬투어와 동강 레프팅 등 날씨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품이 대부분"이라 말했다. 그는 또한 "지난 해에 비해 피서객이 50% 이상 줄어든데다 예년 같으면 '피서 피크'인 이번 주에 또다시 비가 올 것으로 보여 여름장사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걱정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다. 대한항공 대구지점에 따르면 7월 대구-태국 방콕 노선 탑승률은 78% 수준으로 지난 해 85%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대구-중국 베이징 노선은 지난해 75%에서 7월 현재 60% 수준에 그쳤다.
한편 기상청은 오는 29일쯤 올해 장마가 끝날 것으로 내다 봤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더라도 다음 달엔 이 달보다 더욱 강한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대구기상대 관계자는 "제주 남쪽해상에 머무르던 장마전선이 점차 북상하고 제5호 태풍 '개미'의 간접 영향을 받으면서 26~28일 대구·경북 지역에도 많은 비가 올 것"이라며 "피서를 갈만한 여름날씨는 다음달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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