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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장혜랑 作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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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장혜랑

그 뒤

사람이 따라 배웠겠지만

묵비권은 바위가 제일 먼저 시작했을 것이다

말해 보라 내리 다그치는 비바람 앞에

늙은 산그늘과 살고 싶어

일찍 말문 닫아 걸은

내가 원한 벙어리일 뿐이라고

그는 이 말조차 끝내 하지 않았다

시인들은 '바위'를 통해 '침묵의 미덕'을 예찬했다.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가 그랬고 유치환의 '바위'가 그러했다. 인간은 말(言語)을 가졌기에 인간이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답게 한 그 '말'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받는가? 그래서 '침묵'을 갈망하는지도 모른다. 이 시에서는 '바위의 침묵'을 '묵비권'으로 보았다. '말해 보라 내리 다그치는 비바람 앞에' 바위는 '묵비권'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폭력적인 '비바람'같은 삶이 아닌 '늙은 산그늘' 같은 삶을 살기 위한 '묵비권'이다.

현란한 수사(修辭)가 진실을 은폐하고 목청 높은 언어가 폭력이 되는 시대, '바위의 침묵'에 다시 귀 기울인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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