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친구야, 하루라도 못 보면 못 살 것 같던 우리가 32년 동안 연락도 없이 살고 있구나.
글 쓰기를 즐겨하고 기타 치며 노래부르는 걸 참 좋아하던 내 친구 명옥아!
매일 학교에서 만나면서도 밤이면 못 다한 이야기가 생각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기나긴 편지를 써서 책상서랍에 넣어 두던 우리의 우정.
꿈 많았던 여고시절 수학여행길에서 우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지.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잠든 밤.
미리 봐두었던 장작개비를 몰래 갖고 나와 머리카락을 태워가며 모닥불 붙이기에 성공하여 감격의 포옹을 나누었지.
손에 닿을 것만 같은 반짝이는 별과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서 너와 난 앞날에 대한 설계와 우리의 우정은 절대로 변치 말자며 새끼손가락을 걸었었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뭔가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지더니 "명옥아, 경희야!" 우리를 부르는 고함소리가 들려왔었지.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신 선생님께서 우리가 없어진 걸 아시곤 반 친구 전부를 깨우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지.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고개를 숙인 우리에게 선생님께서는 노래 한 곡을 부르라고 하셨고 그을음에 시커먼스가 된 얼굴로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어니언스의 '편지'를 불렀었지.
친구야!
모닥불 피워놓고 절대로 변치 말자고 약속한 설악의 밤을 잊지 않았지.
애들 둘 키우느라, 예쁜 가정 꾸리느라 앞만 보며 살다보니 벌써 쉰이 넘었네.
시간이 흐를수록 네가 너무나 그립단다.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바로 연락해서 30여 년 간 못다 한 이야기 보따리 한번 풀어보자꾸나.
"인생은 연기처럼 재를 남기며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백경희(대구 수성구 수성4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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