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을 위해 전부를 던졌건만 당은 나의 등에 배신의 칼을 꽂았다." 7·26보선 한나라당 공천을 거절당한 전 한나라당 부총재 강삼재 씨가 탈당을 선언하며 격하게 내뱉은 말이다.
배신은 정치의 상징과도 같다. 세계 모든 역사가 웅변함은 물론이요. 무리를 짓는 동물의 세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300만 년 인류의 역사 중 불과 몇 천 년 전만 해도 제사상에는 돼지머리가 아니라 아버지의 머리가 올라갔다. 그를 존경하여 그리워하는 자식의 몸부림이 아니라 완전제압당한 권력자의 최후를 공개하는 동시에 자신의 권위를 선포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권력은 부자지간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란 신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1271년 중국에는 몽골의 원나라가 세워진다. 1279년 남송마저 멸망시키고 고려에 대한 식민통치를 완성한 세조 쿠빌라이 칸은 1274년과 1281년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정벌에 나선다. 아케치 미쓰히데라는 부하의 배신으로 일본 통일의 대업을 채 이루지 못하고 절명한 주군 오다 노부나가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봉기하여 1590년 일본을 최초로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불과 2년 뒤 국가 단위의 노략질이라 할 수 있는 조선정벌, 임진왜란을 일으킨다. 중원의 넓은 땅을 정복한 쿠빌라이가 왜 조그만 일본을 정벌하려 했을까? 통일전쟁으로 가득 찬 피냄새가 가시기도 전에 도요토미는 왜 또다시 대규모 정벌전쟁을 일으킨 것인가? 두 가지 다른 질문에 대한 공통의 답은 배에서 찾을 수 있다. 강에서 타는 배든, 바다에서 타는 배든, 작은 배든, 큰 배든 상관없이 전부 전쟁에 동원하였다. 바닥이 평면인 강 배는 작은 풍랑에도 두 동강 날 수밖에 없다. 죽이려고 보낸 것이다. 정복과 통일 전쟁으로 넘쳐나는 무장세력, 특히 상대편의 대항가능 세력을 모조리 배에 실어 정벌이라는 명분으로 바다에 수장시킨 것이다. 일본정벌에 나선 몽골군의 90%는 한족이었으며 무기를 가진 병사는 20%가 되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이 전패의 신화를 세운 일본군선의 70%는 전투함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내부정권의 안정적 유지 계승을 위한 기초를 확립한 것이다.
배신과 토사구팽은 옷을 바꿔 입으며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은 그것을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이라고 변명한다. 21세기 최첨단 정보화 시대, 더 이상 음모와 술수로 우리를 이끌고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진정성의 시대, 100일간의 민심투어를 바보스럽게 강행하는 손학규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황보 진호 하늘북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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