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녹차, 자장면, 화장지, 기저귀, 칫솔 등 생필·식료품은 물론 패션의류, 주방·가정용품까지. 대형마트에서 안 만드는 제품을 찾는게 쉬울만큼 최근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 제품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대형마트는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이 자체 브랜드만 부착하는 방식이지만 결국 소비자는 같은 제품의 다른 브랜드를 보는 셈이다.
자체 브랜드는 PB(Private Brand) 또는 PL(Private Label) 상품으로 불린다. 지난 1996년 이마트가 할인점 최초로 선보인 이플러스(E-Plus) 우유가 효시. 이후 꾸준히 종류가 늘어나 현재 이마트와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 상품군만 수백여 개에 이르며, 세부 상품까지 합치면 무려 1만 여종의 거대군락을 형성했다. 가히 '문어발식 확장'이라 불릴만큼 광범위하다.
유통업체에게 PB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쉽게 말해 마진이 크다는 뜻이다. 기존 제조업체 브랜드(National Brand) 제품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간 유통마진과 광고 마케팅 비용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 소비자는 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통업체는 보다 높은 마진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제조업체는 거대 유통업체의 요구에 맞춰 갈수록 낮은 단가에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유통업체측은 PB 상품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하고 있다.
홈플러스 신동화 글로벌소싱팀장은 "기술 발전으로 NB와 PB의 상품 품질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데다 동일품질 대비 가격은 월등히 저렴하다."며 "유통 선진국의 경우, 전체 매출 중 PB 점유율이 40~6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경우, 이플러스 우유를 선보인지 올해로 10년을 맞으면서 자체상품 매출 외형도 초기 200억 원에서 8천900억 원으로 10년새 무려 44.5배 신장했다. 상품수도 지난 96년 200여개 품목에서 현재는 4천여개로 20배 증가했다. 초기 우유나 생필품에 그쳤던 자체상품 영역은 기저귀, 햄류 등 생필품·식료품에서 패션 의류, 주방·가정용품까지 확대했다. 상품군별로 브랜드 이름도 특화했다. 생필·식료품은 '이플러스', 패션 의류는 '이베이직'이며, 주방·가정용품은 '자연주의'라는 별도 매장까지 갖췄다.
홈플러스는 판매 중인 자체상품(포장단위와 사이즈까지 세분할 경우)은 9천여 가지에 이른다. 지난해 홈플러스 전체 매출액 중 자체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육박한다. 홈플러스는 최근 의류 브랜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20~30대를 타깃으로 한 캐주얼 '프리선샛', 아동복 브랜드 ' 멜리멜로', 40~50대를 위한 '이지클래식', 스포츠의류 '스프링쿨러' 등이 그것이다.
자체상품은 제조업체 브랜드에 비해 20~30% 싸다. 그만큼 저가형 상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때문에 최근 유통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도 제조업체와 충돌한다. 저가형 상품에서 유통업체 브랜드에 고객을 빼앗긴 제조업체가 생존 전략으로 택한 것이 '프리미엄'. 형편이 된다면 보다 '좋은 제품'을 사라는 뜻이지만 이마저 유통업체 브랜드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유통업체는 보다 저렴한 프리미엄을 지향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말한다.
다양한 프리미엄급 자체상품을 판매 중인 이마트는 올해 이플러스 우유 출시 10주년을 맞아 우유도 고급화하겠다고 나섰다. 이플러스 숲골우유와 이플러스 저지방우유를 출시해 수도권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숲골우유는 전북 임실 목장에서 유기배합사료를 먹여 방복한 젖소에서 생산되는 고급 목장유, 저지방 우유는 말 그대로 기능성 우유다.
이마트 이갑수 마케팅상무는 "패션제품의 경우 이베이직 블랙라벨이 선보였고, 식품류는 기능성 및 특산지를 제품명 앞에 붙여 프리미엄급으로 차별화하고 있다."며 "자체 브랜드 '자연주의'는 원래 컨셉이 프리미엄급"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굿존(good zone)인 '홈플러스 알뜰'과 베터존(better zone)인 '홈플러스 좋은상품'으로 차별화하다가 작년부터 베스트존(best zone)인 '홈플러스 프리미엄' 제품을 본격 개발하고 있다. 쌀, 주스 등 식료품부터 프라이팬, 화장지에 이르는 생필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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