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0자 읽기/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황금찬·도종환외 지음/ 경덕출판사 펴냄

죽음이란 우리에게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불청객과 같은 것이다. 죽음이 주는 아픔은 죽음 그 자체라기보다 모든 의미있는 관계구조를 일시에 잃어버리고 해체당하는 의미상실의 고통에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의 아픔, 혼신의 힘을 쏟았던 일로부터 단절되고 쌓아온 모든 생의 업적으로부터 분리되는 아픔이라고 한다.

죽음의 아픔은 근원적 소외가 주는 아픔이고 상실인 것이다. 죽음은 누구나 혼자 맞이해야 할 엄숙한 실존적 사건이고, 그 앞에 홀로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가 '유언'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실'을 유언이라고들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실린 101편의 '가상유언장'은 종합문예지 '한국문인'에 특집으로 연재된 글편들을 모아 묶은 것이다. 귀중한 원고를 보낸 문인들 중에는 작고한 원로 문인도 있어 우리를 숙연케 하기도 한다. 미리 유언장을 쓰는 일은 과거를 뒤돌아보게 하며 남은 생을 여러모로 새로이 맞이하게 할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1만2천원.

조향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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